가장 무서운 사람은 칼을 든 사람이 아닌 펜을 든 사람

[필사 448일]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33

by 서강
그저 바라만 보면서 기다리며 침묵할 뿐이다.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기고, 물이 바위보다 더 강하며, 사랑이 폭력을 이긴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으니까. ― 헤르만 헤세


우리는 왜 늘 날이 서 있는가

나도 한때는 날카로운 칼을 품고 살았다. 누군가 나를 건드리면 즉각 반응했고, 내 주장을 관철하려고 더 센 단어를 골라 휘둘렀다. 그게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었으니까.


하지만 칼을 휘두른 뒤에 남는 건 승리의 쾌감이 아니었다. 찢겨나간 관계와 공허한 후회뿐이었다. 강해지려고 애쓸수록 내 안의 '선함'은 무력해졌고, 어느 순간 깨달았다. 진짜 강한 사람은 상처 주는 말을 내뱉는 사람이 아니라, 그 말을 삼키고 고요히 펜을 드는 사람이라는 것을.





물은 바위를 뚫지만, 바위는 물을 가두지 못한다

세상은 우리에게 더 빠르고, 더 강하고, 더 자극적인 것을 요구한다. 엘리베이터처럼 단숨에 정점에 오르길 권한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고장 나면 멈춰 서지만, 계단을 걷는 사람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헤세가 말한 '부드러움'은 무능함이 아니다. 그것은 물처럼 유연하게 흐르며 결국 바위를 깎아내는 무서운 '지속성'이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매일 조금씩 문장을 옮겨 적는 행위는 내 마음의 옷에 지혜를 저장하는 일이다. 처음엔 티가 나지 않지만, 시간이 흘러 옷을 짜보면 맑은 물이 또르르 떨어진다.


그 물방울 하나가 날 선 칼날보다 훨씬 더 깊고 영구적인 변화를 만들어낸다.




KakaoTalk_20260204_094245735_01.jpg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中


칼을 내려놓고 펜을 드는 시간

오늘 하루, 누군가 혹은 세상이 너를 화나게 했는가? 그렇다면 너도 똑같이 칼을 들기보다, 잠시 멈춰 서서 말을 아끼고, 감정을 아끼고, 그 아껴둔 마음으로 펜을 쥐어보는 것이다.


필사는 감정을 억누르는 고문이 아니다. 요동치는 내면을 가만히 내려놓는 가장 우아한 저항이다. 욱하는 마음이 치밀어 오를 때 한 줄을 쓰고, 세상이 원망스러울 때 한 문장을 따라 써보라. 그때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쓴 부드러운 문장 하나가, 밖으로 내뱉은 백 마디 날카로운 말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지금 당신의 손에는 무엇이 들려 있는가?"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매일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저 오늘 하루, 나를 지키는 '부드러운 무기'를 가지고 싶다면, 우리와 함께 이 길을 걸어보지 않겠는가?

펜을 든 침묵은, 세상 그 어떤 소음보다 위대할 테니까.




오늘의 질문

"오늘 내가 내려놓은, 혹은 내려놓고 싶은 날카로운 마음은 무엇인가?"

그 마음을 여기에 잠시 풀어두고, 대신 부드러운 문장 한 줄을 채워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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