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불행한 이유는 너무 열심히 찾기 때문이다

[필사 454일]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39

by 서강

내가 살았던 인생에서 흥미로웠던 것들은

오직 나 자신에게 이르기 위하여

내가 내디뎠던 걸음들뿐이었다.

― 헤르만 헤세




우리는 평생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산다.

정답을 찾아야 하고, 내게 맞는 직업을 찾아야 하며, 삶의 의미를 기어코 찾아내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수록 본질은 더 멀리 달아나곤 한다.


행복을 추구할수록 불행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언가를 찾는다는 것은, 지금 내게 그것이 없다는 결핍의 증명이기 때문이다. 찾는 행위 자체가 '나는 아직 부족하다'는 고백이 되어버린다.


성경의 유명한 구절을 가만히 묵상해 본다.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마태복음 7:7)


나는 오랫동안 이 구절을 잘못 읽고 있었다.

'찾으라'는 말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녔다. 행복을 찾고, 의미를 찾고, 나다운 삶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찾으면 찾을수록 손에 쥐어지는 건 공허함뿐이었다.


그러다 요즘 이 문장의 순서에 주목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찾는 것'이 아니라 '구하는 것'이다.

'찾는다'는 행위는 목적지를 정해두고 달려가는 사냥꾼의 눈빛을 닮았다. 그것은 때로 나의 욕심이고 집착이다. 반면 '구한다'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내 손안에 움켜쥔 힘을 먼저 빼는 일이다. 내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워진 공간으로 무언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자유로운 마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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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아들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아들이 딸들과 제주도 여행을 보내줬다.

여행 중, 우연히 네 잎클로버 군락지를 만났다. 나는 행운을 찾겠다고 풀숲을 낱낱이 헤집었다. 10분쯤 헤맸을까. 클로버 잎사귀가 모두 똑같아 보였다. 다리도 아프고 목도 뻐근했다. 그때 네 잎 클로버를 잘 구하는 지인의 말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욕심을 비우고 그냥 보면 보여요."


나는 쪼그리고 앉아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었다. 찾아야겠다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저 풀잎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눈에 들어왔다. 내 발끝에서 3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네 잎클로버가 살며시 고개를 들고 있었다. 생애 처음 만난 행운은 '찾아서' 얻은 것이 아니라 '구함으로' 보게 된 것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깨달았다. 삶의 진짜 원동력은 무언가를 쟁취하는 근육의 힘이 아니라, 내게 오는 것을 기쁘게 맞이하는 '받아들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KakaoTalk_20260210_093852991_01.jpg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中


나에게 필사란, 바로 이 '구하는 마음'을 연습하는 고결한 의식이다.

많은 사람이 필사를 단순히 글자를 옮겨 적는 노동이라 생각한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그저 남의 글을 베끼는 일이 뭐 그리 대수냐고, 내 글을 쓰는 게 더 중요하지 않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필사는 다르다. 필사는 내 안의 시끄러운 욕망을 잠재우고, 거인의 지혜를 내 몸에 통과시키며, 비워진 마음자리에 귀한 깨달음이 고이도록 길을 내어주는 일이다.


글자를 베끼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을 쓴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보는 법을 익히는 과정이다. 헤세의 문장을 필사할 때, 나는 헤세가 되려 하지 않는다. 다만 그의 걸음을 따라 걸어볼 뿐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이르는 걸음'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간다.


한 문장씩 써 내려가다 보면 깨닫게 된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나 자신'은 외부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펜을 쥔 내 손끝에서 천천히 차오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삶의 방향을 잃고 소음 속에서 길을 헤매는 사람들에게 이 평온한 도구를 건네고 싶다. 혼자서 길을 찾는 일은 외롭고 지치기 마련이다. 길을 잃어도 좋다. 아니, 길을 잃어야 비로소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이제는 억지로 찾으려 애쓰지 말고, 우리 함께 고요히 '구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당신의 속도가 조금 느려도 상관없다. 남들이 빨리 달려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건 당신의 경주가 아니다.


필사라는 정직한 걸음으로 내면을 다지는 이 길 위에서, 우리는 결국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조우하게 될 것이다. 찾아 헤맸던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이미 여기, 펜을 든 이 손안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오늘의 실천]

조급함이 고개를 들 때마다 펜을 들자. 억지로 무언가를 끌어당기려 하지 말고, 오늘 하루는 그저 차분히 문장을 '모시는' 마음으로 살아보자.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그 한 문장이 당신을 만나러 올 것이다.


혼자 쓰는 글씨는 기록이지만, 함께 쓰는 문장은 삶이 된다.

'필사로 내면 다지기' 오픈방에서 각자의 속도로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다. 완벽한 글씨체가 아니어도 괜찮다. 매일 쓰지 못해도 괜찮다.


당신의 첫 문장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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