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할까 말까?" 동창회에서 깨달은 진짜 본성 구별법

[필사 473일]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58

by 서강
삶이 힘겨울 때, 비로소 그 사람의 본성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 헤르만 헤세


오랜만에 만난 여고 동창들 사이에서 나는 묘한 기류를 느꼈다.

까르르 웃던 열일곱의 소녀들은 온데간데없고, 각자가 견뎌온 세월의 무게만큼 굳어버린 어른들만 앉아 있었다. 누군가는 날이 선 말로 상처를 주었고, 누군가는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가 들릴 듯 영악해져 있었다.


그들을 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칸막이를 세웠다. '이 친구는 여기까지, 저 친구는 이제 그만.' 그것이 나를 지키는 안전한 방식이라 믿으며 말이다.


삶이 힘겨울 때, 비로소 그 사람의 본성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헤세의 이 문장은 화살이 되어 타인이 아닌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내가 그들에게 그은 차가운 선(線)은 정말 지혜로운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나 역시 삶의 무게에 짓눌려, 타인을 환대할 여유조차 잃어버린 — 좁아진 본성의 증거였을까.


기분이 좋을 때 친절한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내가 바닥을 치고 있을 때, 혹은 상대가 나를 불편하게 할 때 드러나는 반응은 나의 '실력'이자 본질이다. 나는 타인의 변해버린 모습에 실망하기 전에, 내 안의 옹졸함과 두려움을 먼저 보게 되었다.


결국 타인을 향한 '손절'의 결심조차, 어쩌면 상처받기 싫어 미리 닫아버린 내 마음의 빗장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타인의 본성을 운운하며 고개를 돌릴 때, 사실은 우리 자신의 가장 연약하고 날카로운 부분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오늘의 필사는 타인을 심판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삶이 나를 거칠게 몰아붙여도, 내 본성의 밑바닥에서 '다정함' 한 조각은 끝내 건져 올리고 싶다는 다짐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삶이 당신을 흔들 때, 당신의 마음에서는 어떤 향기가 배어 나오는가.

우리는 타인의 악함을 읽어내기보다, 내 안의 두려움을 껴안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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