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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사는 인생

by 서강


《삶의 기록, 오늘의 사랑》


하늘이 내린 선물처럼, 지금 이 순간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한다. 먼 훗날 내가 떠난 자리에 남을 내 삶의 기록들은, 어떤 물질적 유산보다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새벽 4시, 고속도로는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화물차들의 행렬로 가득하다. 졸음을 이기며 달리는 아들과 나는, 문득 저 멀리서 이상한 불빛을 발견했다. "어, 저게 뭐지?" 아들은 속도를 줄이고 비상등을 켰다. 200미터 앞에서 마주한 것은, 가드레일을 들이 박은 화물트럭이었다. 찰나의 순간, 현명한 판단으로 대형 사고를 피했다.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차를 세우지는 못하고 119 전화를 하려고 보니, 화물차가 차를 세우고 전화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운전자가 크게 다치지 않았기를 바라며, 더 큰 충돌사고가 생기지 않아야 할 텐데, 염려되는 마음을 안고 출발했다.




2025.2.19일 수요일, 아주 평범한 하루가 시작됐다. 오전의 급한 업무를 마치고 양주로 향했다. 4시간이 넘는 장거리 운전, 휴게소 잠시 들러 화장실만 다녀오고 논스톱으로 달렸다. 미팅을 무사히 마치고 저녁 무렵에는 따뜻한 추어탕으로 허기진 배를 달랬고, 서울에 거주하는 큰 공주를 만나고 가자는 아들의 제의에, 부모로서 동생을 챙기는 고마움에 거절할 수 없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큰 공주가 유일하게 출근하는 날, 방송국에 들러서 큰 공주를 픽업했다. 신림동 순대타운에서 특별한 저녁을 보냈다. 밤 11시, 딸을 꼭 안아주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부모에게 자식이란 어떤 존재인지, 성인이 되었어도 애잔하다.


림태주 작가의 "오늘 사랑한 것" 책 내용 울림이 커서 실천 중이다.

"어제의 사랑이나 천 년 전의 사랑이나 지났으면 다 끝난 사랑이고,

내일의 사랑이나 천 년 후의 사랑이나 아직 오지 않았으면 없는 사랑이다.

오늘 다시 시작해야만 사랑은 사랑 본연이 된다."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어색함을 물리치고 도전했다.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안아주며 사랑한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매일 아침 반려견 신이와 똘이를 쓰다듬을 수 있고, 잠에서 덜 깬 아이들을 안아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해와 바람을 느끼며 살아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다.


필사라는 행위는 기적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다짐한다. 오늘을 최대한 살아내리라고. 후회 없이 사랑하리라고.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을, 글로 남기리라고,


지금 이 순간,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안아주면서 사랑해라고 말해보자. 이 순간이 지나면 영영 할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당장 해보자. 삶은 우리에게 매 순간 새로운 페이지를 선물한다. 그 페이지를 어떻게 채워나갈지는,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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