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좋은 책이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것처럼,
휴일의 평화를 깨는 전화벨이 울렸다. 친구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흘러나온다. 평소와는 다른, 들뜬 감정이 실린 목소리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쏭아, 네가 보내준 박완서 작가님 영상 이제 봤어. 와, 정말 좋더라."
친구의 목소리에서 흥분이 느껴진다. 그저 좋은 것을 나누고 싶어 영상을 보냈을 뿐인데, 친구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네가 책을 읽으라고 하는데도 사실 읽기가 쉽지 않았거든, 뭔가 어렵게 느껴졌달까? 그런데 이 영상을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
목소리는 점점 더 고조된다.
"일상을 이야기하듯 쉽게 표현하는 방식이 이렇게 재미있고 생생할 줄 몰랐어. 이제는 꼭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정말 고마워, 이렇게 좋은 걸 알려줘서..."
"그래, 너무 잘됐다. 좋아하는 작가님 책부터 읽어봐, 책을 읽는 것은 인풋, 글을 쓰는 것은 아웃풋이니, 책을 읽다 보면 글도 쓰고 싶을 때가 올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가슴속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한 편의 영상이, 한 사람의 문학적 여정을 시작하게 했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했다. 문학의 씨앗을 누군가의 마음에 심었다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 감동을 나누는, 문학의 순환이 내 주변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 이것은 전염병처럼 막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아름다운 현상이다.
책의 매력에 전염된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갈 때마다, 조용히 미소 짓는다. 박완서 작가님이 그려낸 일상의 섬세한 풍경들이, 이제는 또 다른 이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런 식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성장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봄의 문턱에 선 어느 날,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함께 찾아온 깨달음. 좋은 문학은 전염병보다 더 강력하게, 그러나 더 아름답게 우리 삶에 스며든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전염병의 매개체가 되어, 누군가에게 책의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주는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