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8세가 되면 성인으로 인정을 한다. 숫자의 어른이 된다. 결혼을 하면 어른이 된다고도 하고, 아이를 낳아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도 한다. 왜 아이를 낳아야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일까? 깊은 사색에 빠지게 된다.
오늘 필사한 김종원 작가의 글에서도, 하루 두 챕터씩 묵상 중인 림태주 작가의 글에서도 사랑을 언급했다. 마치 우연이 아닌 것처럼, 사랑이라는 단어가 내 하루를 관통한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남녀 간의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변질된다. 하트 모양이 점점 둥근 원이나 세모 네모가 된다. 처음의 설렘과 떨림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익숙함만 남는다. 부부 사이의 사랑도 권태기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곤 한다. 한때는 하루라도 보지 못하면 보고 싶어 미칠 것 같던 그 사람이, 이제는 당연한 일상의 한 부분이 되고 만다.
하지만 자녀에 대한 사랑은 다르다.
어느 날 작은 생명이 내 품에 안겨오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 아이의 첫 웃음, 첫걸음마, 첫 말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밤새 열이 나는 아이 곁을 지키며 느끼는 그 애타는 마음은, 내가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이다.
첫 아이를 낳고 돌이 되기 전 경기를 해서 사경을 헤매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주변이 고요해지고 오직 아이만 눈에 보였다. 지금까지 정체를 숨기고 어디에 숨어있다가 나타났는지 모를 모성애다. 자녀를 향한 사랑의 모양은 절대 변질되지 않는다. 권태기도 찾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랑은 더 깊어지고 단단해져서 헤어 나올 수가 없다.
"아이를 낳아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아이를 낳는 생물학적 사건을 넘어서, 자신의 분신 같은 존재를 더 소중히 여기는 마음의 변화를 뜻하는 것 같다. 그것이 진정한 어른의 마음이 아닐까? 대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적 사랑. 진정한 사랑의 본질이 아닐까? 아이는 단지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다. 그 마음을 경험하게 되는 순간, 어디에 꽁꽁 숨어 있었는지 모를 뜨거운 사랑이 용솟음친다.
그러나 그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순서가 있다. 남녀 간의 사랑이 먼저다.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함께하기로 결심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사랑의 첫 단계를 배운다. 그리고 그 사랑이 열매를 맺어 새 생명이 태어날 때,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사랑을 만나게 된다.
그렇다고 부모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진정한 어른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삶의 길은 다양하니까. 다만 내가 사색 속에서 발견한 것은, 어쩌면 우리가 '진정한 어른'이라고 부르는 상태는 자신의 이기심을 내려놓고 타인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마음의 성숙함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이 아침, 창가에 앉아 생각들을 정리하며, 깨닫는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사랑을 통해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부모의 사랑이든, 친구의 사랑이든, 연인의 사랑이든, 혹은 낯선 이에 대한 연민이든. 사랑할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더 성장한다.
당신은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있나요? 그 사랑은 당신을 어떤 어른으로 만들어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