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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찾아온 또 다른 봄

by 서강


인생의 내비게이션


딸, 아내, 며느리, 엄마 이전에 나는 '김미송이라는 여자' 다. 나이 상관없이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여자의 본능이다. 3월 29일 조카 결혼식, 4월 12일 아들 결혼식. 갑자기 부자가 됐다. 조카사위와 며느리를 맞이하며 나의 봄은 무르익어 간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결혼식 준비하느라, 봄을 즐길 시간도 없으시죠?" 나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봄을 만끽할 틈도 없이 새 식구 맞을 단장 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이 분주함이 내게 찾아온 또 다른 봄이다. 잠자던 여자의 존재를 깨워준 조카와 아들에게 감사하다.



인생은 마치 잘 만들어진 내비게이션 같다. 너무 정확해서 때로는 서럽기도 하다. 친구들 결혼식에 우인으로 참석하고,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돌잔치를 하고. 그리고 어느새 친구 아들, 딸 결혼식에 참석하고, 내 아이들 결혼식을 치르는 순간이 찾아온다.


철부지 시절에는 알 수가 없었다. 인생이란 이토록 칼군무 에어로빅이라는 것을, 지인들 부모님 경조사에 참석하고, 내 부모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손자, 손녀 재롱을 보는 것을 마치면, 그다음은... 이 세상 소풍 마칠 준비를 하는 것이 인생인 건가.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같은 계절을 살아간다. 다만 시기가 다를 뿐. 내 봄이 누군가의 겨울과 만나고, 내 여름이 누군가의 봄과 어우러진다. 계절은 끊임없이 순환하며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괜찮아, 이것이 삶이야. 누구나 다 그렇게 살아내고 있어"


KakaoTalk_20250313_160448105.jpg 전문가의 손길로 완성된 작품, 층이 너무 많으면 올림머리 하기 힘들다고 적당하게~~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기 위해 미용사에게 머리 손질을 맡긴 채 사색에 잠긴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처럼 인생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순서가 잘 짜여 있다는 것은 오히려 축복이다. 길을 잃고 헤매지 않게 하는 내비게이션과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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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변신한 나의 모습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이 봄에 새롭게 맞이할 식구들에게 무엇을 전해줄 수 있을까, 인생은 계절과 같아서,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것, 그리고 그 계절의 춤을 함께 추는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된다는 것을,


잠시 창밖을 바라보니 목련이 방긋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마치 축복의 편지처럼 바람에 실려 오는 꽃잎들, 이렇게 봄은 또 다른 인생의 장을 열어준다. 설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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