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안다는 말이 있다. 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결국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그러나 많이 아는 것이 때로는 거짓말을 할 가능성도 높인다는 아이러니한 진실 앞에 서게 된다. 인풋이 많으면 아웃풋 또한 많아지기 마련이다.
구름이 솜을 풀어놓은 듯한 하늘을 바라본다. 폭신폭신한 솜이불처럼 만지고 싶어지는 그 순간, 문득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도 저 구름처럼 순수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가 않다.
10년 전쯤, 기획 부동산에서 큰 사기를 당했다.
사기를 친 그 사람은 처음부터 친근하게 접근해 왔다. 낯선 이의 친절에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몇 번의 만남과 그의 친절함에 멀었던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친해진 틈을 타 그는 부동산 투자라는 미끼를 던졌다. 믿음이라는 다리를 만들고 믿고 그 다리를 건너게 한 다음, 무참하게 그 다리를 무너뜨린 것이다. 돈 잃고, 사람 잃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절대 머리 검은 짐승은 믿지 말자. 조심 또 조심, 사람 조심..." 마음속 깊이 새겨진 교훈이다.
웬걸, 세월이 흐르니 그 다짐도 희미해졌다. 시간이라는 약은 상처뿐만 아니라 교훈까지도 희석시키는 힘이 있다. 그렇게 망각의 강을 건너 다시 누군가를 만났게 됐다. 역시나 녹록지 않은 세상이다. 또다시 접근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당했다. 세상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남의 돈을 쉽게 생각하는 그 사람은, 무엇보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책임을 전혀 지지 않고 있다. 회피형 인간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딱 맞다.
또다시 배운다.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사람, 이유 없이 친근하게 접근하는 사람, 말만 번지르르하게 자기 자랑이 심한 사람은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이것은 불신이 아닌 삶의 경험에서 나온 돈 주고 산 지혜다.
해는 무한정으로 세상에 빛을 공급해 준다. 그 빛으로 사람과 동식물이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해는 단 한 번도 생색도, 잘난 척 자랑도 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저 태양처럼 조용히 빛을 나눌 수 있다면, 그리고 구름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의 이치를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사람의 본성을 아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믿을 수도, 아무것도 믿지 않을 수도 없다. 그 중간에서 지혜롭게 균형을 찾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의심이 우리를 지키는 방패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방패가 너무 두꺼워져 세상의 따스함마저 차단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상처가 될 것이다.
구름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다. 순수함과 경계심, 그 섬세한 균형점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