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 부산 큰 솔 나비 독서모임에 가기 전 나는 책상 앞에 앉아 필사를 한다. 창밖으로는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지만, 나의 마음은 이미 분주하다.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고 싶은 간절함이 펜을 쥔 손끝에서 떨리고 있다.
"공감 능력을 요구하는 시대다."
어쩌면 인류는 태초부터 누군가에게 공감받기를 갈망해 왔는지도 모른다.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사람,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면을 함께 탐구해 줄 누군가를 찾아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져 창의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란 먼 나라 이웃나라 이야기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지, 고정관념의 틀을 깨부수는 작업은 쉽지 않지만, 지금까지의 생각을 비우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부부관계, 부모 자식 관계, 연인 관계, 친구 관계, 우리는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모두가 '나' 중심이기에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나는 가끔 마음속으로 상황극을 해본다. 내가 그 사람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어떤 생각을 할까?
독서모임이 끝나면 병원에 입원 중인 선배님을 찾아갈 예정이다.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회복 중인 그 마음이 어떨까?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그런 생각과 싸우고 있을 그녀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고 싶다. 내 마음속에 그녀의 상황을 그려본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의 막막함, 창밖의 햇살이 반갑지만은 않을 순간들, 면회 시간에 찾아오는 사람들 앞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무거운 부담감까지, 긍정과 부정의 생각 사이에서 고군분투할 그 마음, 이런 상황극을 통해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벽의 적막 속에서 필사를 마치고 창밖을 바라본다. 어둠 사이로 희미한 빛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공감이란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닐까?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더라도, 상대방의 어둠 속으로 한 줄기 빛처럼 스며드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그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것.
내 공감 능력이 하루아침에 완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아침 새벽을 맞이하듯, 조금씩 나아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독서모임에 갈 시간이 다가온다. 정철 작가님의 [인생을 건너는 한 문장] 책 나눔을 통해 다른 선배님들의 생각을 엿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선배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오늘도 나는 공감의 능력을 키워나갈 것이다. 필사를 마치고 펜을 놓으며 생각한다.
"공감은 끝이 없는 여행이다. 오늘도 나는 그 여정의 한 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