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불안’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동시에 설명하기 가장 어려운 감정이다. 표지의 쓸쓸한 나무는 불안이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감정이 아니라 늘 곁에 있는 배경처럼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제목과 이미지가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불안은 병이 아니라 현대인의 조건"이라는 저자의 통찰을 미리 짐작하게 된다.
이 책은 다섯 가지 불안의 영역 ― 사랑, 지위, 성취, 도덕성, 죽음 ― 을 중심으로 현대인이 왜 이렇게 불안한지를 철학적으로 풀어낸다. 드 보통은 일상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작은 초조함부터, 깊고 오래된 불안의 뿌리까지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불안은 개인의 약점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와 규범에 맞춰 살기 위한 노력의 부산물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짧지만 깊이 있는 문장이다. 인간은 결코 모든 이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당연한 진실을 우리는 너무 자주 잊고 살아간다. 이 문장은 나를 비롯한 수많은 ‘불안한’ 사람들에게 뼈아픈 위로처럼 다가온다.
저자가 ‘명예’에 대한 집착이 중세 기사도 정신에서 비롯되었으며, 그것이 현대인의 불안으로 진화했다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기사들이 목숨을 걸고 명예를 지켰듯, 오늘날 우리는 사회적 인정과 평판을 지키기 위해 ‘SNS의 전장’에 나선다. 같은 본능, 다른 무대. 문명이 바뀌어도 인간의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나는 종종 이유 없이 가라앉는 기분을 느낀다.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하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했고, 이 책은 그런 나에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 드 보통의 다른 책들처럼, 철학과 심리를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낸다는 점이 선택의 결정적인 이유였다.
회사의 평가 면담에서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라앉았던 날이 있다. 그때 나는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충분한가?’라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그 막연한 불안은 며칠간 나를 따라다녔다. 책을 읽으며 그 감정이 단지 ‘내 탓’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미움받을 용기』가 떠올랐다. 아들러 심리학이 말하는 인정 욕구의 메커니즘과 드 보통이 말하는 불안의 본질이 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 음악으로는 시규어 로스(Sigur Rós)의 〈Samskeyti〉 같은 곡이 어울린다. 말 없는 피아노 선율이 이 책의 차분한 성찰과 잘 어우러진다.
불안은 단지 불편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타인의 시선과 의미를 갈망하는 존재라는 증표다. 『불안』은 이 복잡한 감정을 죄책감이 아닌 이해로 바라보게 만든다. 알랭 드 보통은 철학자의 시선으로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문장으로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불안을 없애기 위한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불안을 ‘덜 두려워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