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여유라는 공간이 생기면

by 서강


비뚤어진 것들을 바로잡는 순간


상가 공동 화장실 열쇠가 보이지 않는다. 분명 조금 전까지 사용했는데, 어디로 갔을까. 주머니를 뒤지고, 책상 위를 살피고, 바닥까지 기어 다니며 찾았지만 허사였다. 불편함은 생각보다 잔잔하게 스며들었다. 익숙한 문이 낯설어지고, 잠시 머물 수 있었던 피난처마저 곧 다른 누군가의 공간이 될 예정이다.


문득,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겼구나 싶었다. 열쇠 하나가 사라지자 익숙했던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아세카 전단지 10장씩을 프린터 두 대에 입력해 놓고 잠깐의 여유를 느끼며 일어서려던 찰나,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오후 3시 33분.

세 개의 숫자가 나란히 미소 짓고 있었다. 여유로움, 균형, 흐름. 괜찮아질 거라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잠시 뒤, 돌아오는 길에 사무실 게시판에 붙인 홍보물이 비뚤어져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나는 몸을 숙여 그것을 반듯하게 고치려 했다. 그때였다. 바닥에 낯익은 물건 하나. 화장실 열쇠. 그 열쇠는 내가 찾으려 할 때는 나오지 않았고, 놓아버린 순간에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삶이란, 때때로 비뚤어진 것들을 바로잡으려는 마음에서 다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허리를 굽힌 그 순간, 나는 잃어버린 물건과 함께 조금은 잃어버렸던 마음의 균형도 되찾은 듯했다.


이 날, 열쇠는 내게 문을 여는 도구이자 마음을 여는 징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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