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본능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필사#31(D+272)

by 서강


어제, 작은 벌레 한 마리가

사무실 책상 위에서 엎드려 있었다.

몸을 바짝 웅크리고 미동조차 없는 모습.

아들은 말했다.

"엄마, 죽은 척하는 거야, 살아 있어"


오늘 아침

니체의 문장을 필사하며 어제의 장면이 떠올랐다.

곤충은 내면에 나쁜 마음을 품고 있어서가 아니라, 살아야 한다는 본능 때문에 사람의 살을 찌르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순간,

온몸이 감전이라도 된 듯 꼼짝할 수 없었다.
어제 만난 그 작은 곤충이,
오늘 니체의 문장 속으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까.
필연을 가장한 우연일까.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엄마 젖을 찾아 문다.

배운 적도, 연습한 적도 없다.

살아야 한다는 본능

작고 힘없는 입술을 그곳으로 이끈다.

어쩌면,

우리도 아직

그 본능 위에 서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사람의 ‘공(功)과 과(過)’를 쉽게 재단한다.

잘한 일은 시기하고,

잘못한 일은 매섭게 지적한다.


대부분은 그 사람의 표면에서만 머문다.

그 안에 숨어 있는

사정이나 배경까지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곤충이 살을 찌르는 건 단순히 ‘공격’이 아니라

살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듯,

사람의 행동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


어제 책상 위 곤충을 보고 무심히 지나쳤다면

오늘 필사와 아무런 연관도 짓지 못했을 것이다


누군가의 행동이 못마땅하게 느껴진다면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자.

겉으로 드러난 이유 말고,

그 안에서 몸부림치는 ‘살아남기 위한 이면’을..


본능의 세계에서 버티고 있는 건

곤충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삶을 바꾸는 건

언제나 표면 너머에 존재하는 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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