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문화. 속담
밝게 빛나는 등잔을 떠올려봅니다. 방 안 구석구석을 환하게 비출 것 같지만, 정작 등잔 바로 밑은 어둡습니다. 빛이 내려다보지 못하는 그 작은 그림자—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이런 아이러니가 숨어 있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너무 가까이 있는 것은 오히려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사물·사람·정보가 가까울수록 시야에서 벗어나거나, 익숙함 때문에 무심해지는 현상을 비유합니다.
옛날 집의 등잔은 불꽃이 위로 향해 빛을 퍼뜨립니다. 빛은 옆과 위로 퍼지지만, 바로 밑은 빛이 닿지 않아 어두운 그림자가 생깁니다. 조선시대 초가집이나 기와집에서도 등잔은 주로 눈높이보다 낮은 탁자 위에 놓였기 때문에, 그 밑은 자연스럽게 어두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시각적 맹점 혹은 익숙함의 착각이라고 설명합니다. 너무 자주 보는 사람의 작은 변화 못 알아차림, 매일 보는 공간의 문제점을 뒤늦게 발견함, 가까운 관계일수록 오해가 쌓이는 이유 익숙함은 편안함을 주지만, 동시에 주의를 흐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정보: 멀리서 찾던 해답이 이미 내 책상 서랍 속에 있을 때
관계: 늘 곁에 있어 당연하게 여겼던 사람이 떠난 뒤에야 소중함을 깨달을 때
일상: 집 앞 골목의 숨은 맛집을 몇 년 만에 발견할 때
이 속담은 우리 주변과 관계, 그리고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가까움의 역설을 알려줍니다.
정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빛이 비치는 방향을 조금만 바꾸면, 등잔 밑 어둠 속에서도 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멀리 보기보다, 가장 가까운 곳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