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이어지는 일정 속에서 잠깐 들린 중고 서점.
창 밖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걸어간다.
고개는 숙인 채 휴대폰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것이 보인다.
나 또한 저런 모습이었을까. 정신이 몸 안에 없는 듯한 느낌.
낮게 이어진 계단을 내려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책으로
이루어진 숲에 몸을 맡긴다. 시간이 붕 뜬 20분 정도를 채워
줄 만한 책을 찾아보지만, 마음에 드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없다. 화려한 인맥 속, 곁에 둘 사람 찾아볼 수 없는 외로운
현실과 같이, 수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나를 외롭게 만든다.
어렵게 골라든 책 한 권을 들고 길게 이어진 좌석 사이에
다 읽혀져버린 책처럼 몸을 끼워 넣는다. 빠져들어 읽다보니
어느새 다가워진 약속 시간. 그래서 무슨 말을 하는건지 의문
점을 남긴 채, 한참 남은 책을 마음과 함께 두고 온다. 그래도
어느 정도 정돈된 마음. 정리된 생각들. 온전한 휴식을 취한 것
같아 조금은 가벼워진다. 곧 이어 채워질 것들을 위한 자리를
남겨놓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