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만난 뜻밖의 횡재를 대하는 민주씨의 자세
진-짜 오랜만에 집 밖으로 멀리 나들이를 나온 민주씨.
한동안 신나게 자유를 만끽하며 돌아다닌 것도 잠시,
발바닥이 터질 것 같은 통증에
아.. 나의 짧은 모험은 여기까지구나. 그래도 오늘 하루 즐거웠으니 됐다! :)
겸허히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속터미널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얼마간 덜커덩 지하철을 탔을까. 환승하기 위해 내린 승강장에서 난데없이 만 원짜리 두 장이 얕은 바람에 나부끼며 돌아다니는 걸 발견했다.
민주씨만 본 건 아닌 거 같았다. 그녀 앞을 바삐 걸어가는 다른 사람들도 그 종이 두 장을 흘끔거렸다. 그런데 아무도 그걸 주워 가지 않았다. 그저 바쁘게 제 걸음들을 재촉할 뿐이었다.
민주씨의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땅바닥엔 2만원이 떨어져 있고 앞서 걷던 사람들은 아무도 줍지 않고, 그녀의 걸음은 점점 그 돈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횡재다!
얄궂은 생각이 슬그머니 머리속 뇌간을 댕댕댕.. 두드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민주씨의 걸음은 이내 그 곳에 닿았고, 찰나였지만 그 돈을 따라 고개가 돌아갔고 시선이 내리 꽂혔다.
옛날 같았으면 주위에 사람들이 있던말던 얼굴에 대차게 철판을 깔고 그 작은 행운이 나만을 향한 것이라 굳게 믿고서 그 돈을 낚아챘을 것이다. 근데 '횡재'를 외친 솔직한 머릿속과는 달리 손이 움직이질 않았다.
앞 사람들이 줍지 않았으니 괜히 내가 주으면 부끄러울 것 같아서 그랬나?
아니다. 그런 간단한 생각과는 결이 조금 달랐다.
.. 찜찜함이었다.
내가 믿는 신이 불쌍한 나를 위해 준비해 주신 작은 선물일지도 몰라..!
가 아니라,
내가 믿는 신이 남의 것을 빼앗아서 나에게 이런 행운을 주실 리가 없어..!
이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신의 뜻을 민주씨가 어찌 알겠나. 다만, 이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면 이제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그녀의 마음이 변화한 탓일 것이다.
사람마다 에너지의 총량이 다르듯 운에도 사람마다 총량이 있다고 믿고 있는 민주씨다. 그녀에게 이건 찜찜한 걸 넘어 약간은 두려운 일이었다.
복권 당첨도 아니고, 남이 준 것도 버린 것도 아닌 잃어버린 것을 내가 행운으로 취한다..?
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이 작은 행운을 취함으로써 나에게 올 더 크고 좋은 인생의 선물을 놓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누가 들어도 미신이라고 부를 만한 생각이 민주씨의 손가락을 결박한 것이다.
물론 그 2만원이 큰 행운이었을지 작은 행운이었을지는 민주씨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걸 가르는 기준도 사람마다 다를테니.
하지만 어찌 알겠나.
그 2만원으로 맞바꾸지 않고 킵한 행운이 나중에 민주씨에게 더 큰 선물이 되어 찾아와 줄 지.
떠난 버스라고 생각할 지 킵한 행운이라고 생각할 지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그리고 민주씨는 후자를 택했다.
세상에는 순환 버스라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