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한(?) 한의원

민주씨 빼고 모두가 알고 있던 한의원에 다녀온 후기

by 서행하

민주씨는 건강이 썩 그렇게 좋지는 못하다.

나이 탓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젊나..? 싶지만, 그렇다고 아주 팔팔히 어린 나이도 아니기에.

몇 년 전에는 정신 건강이, 이제는 몸 건강이-

이것들이 아주 돌아가며 주인을 괴롭히는 통에 민주씨는 늘 고단했다.

특히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뭘 해볼라면 아프고, 뭘 해볼라면 아파서 또 주저앉고를 반복했다.

이전에는 몰랐지만 민주씨는,

정신이 아픈 것보다 몸이 무너지는 게 자신을 더 화나게 만든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민주씨는 우연히 어떤 한의원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서 급작스러운 호기심이 발동하는 걸 느꼈다.

애초에 한의원을 잘 믿지도 않던 그녀에게는 그야말로 낯선 호기심.


무너진 건강이 조금이나마 나아질까..

17살 이후로 해마다 복리로 차가워지는 몸을 조금이라도 미지근하게 만들 수 있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서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이른 새벽부터 길을 나섰다.


칠흑같은 새벽길을 3시간 반 가량 달려 도착한 한의원 정문 앞, 그들은 줄을 섰다.

1월 한겨울, 아직 어둑한 늦은 새벽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유명하긴 유명한가보다.

기다리고 또 기다려서 겨우 오후 진료를 접수한 민주씨와 어머니는

붕 떠버린 시간을 때우기 위해 예정에 없던 경주 관광에 나섰다.


황리단길 가서 밥도 먹고 고양이도 보고.


학창시절 교과서에서만 보던 첨성대도 보고.


그렇게 겸사겸사 간소한 경주 구경을 마치고 다시 돌아왔을 때는,

그녀의 진료 순서가 임박하고 있었다.


민주씨는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료실에 들었다.

그리고 한의사 선생님께 살포시 손목을 맡겼다.

가만히 맥을 짚던 선생님은, 줄줄.. 그녀에 대해 읊어대기 시작하셨다.

그녀가 입 밖으로 꺼낸 증상은 단 하나 뿐이었다.

"몸이 너무 차갑습니다."

그런데 이 선생님은 평소에 그녀가 느꼈던 모든 신체적 불편감에 더해 정신적인 애로사항과

그놈의 '예민함'까지 모두 맞혀 버리시는 게 아닌가.

당혹스러울 정도의 정확도에 그녀는 그저 끄덕이는 것 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뭐라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옆에서 같이 듣고 계시던 어머니는

"선생님, 돗자리 까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라며 감탄을 금치 못하셨다.


그렇게 대화 끝에 최종적으로

크게 아픈 곳은 없지만 안 아픈 곳이 없다..라는 씁쓸한 진단과 함께,

그들은 접수처로 돌아가 약을 주문했다.


약이 배송되는 날까지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했지만, 그녀는 기꺼이 기다렸다.

그리고 곧 단군신화의 웅녀로 빙의하여 먹지 말라는 모든 음식(없어서 못 먹는)을 거의 끊다시피 하며 정성스레 약을 먹었다.


얼마나 나아졌을까.

솔직히 약만으로 다스리기엔 그녀가 아픈 곳이 너무 많은지(?)

불편했던 모든 부분을 건강하게 되돌리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효과를 본 부분도 있었다.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호전된 부분도 있었기에,

민주씨는 신기한 마음을 주변의 모든 친구들에게 신나게 떠벌리고 다녔다. 강력한 추천과 함께.


그런데 알고보니..

민주씨의 친구들은 그 한의원에 대해 이미 다들 알고 있었다.

그녀만 몰랐던 거다. 그녀만..




민주씨는 이제 더 이상 약을 먹고 있지는 않다.

다만, 약의 도움으로 '쬐끔' 끌어올려진 컨디션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운동도 하고 일부러 더 건강한 음식을 찾아 먹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하루에도 몇 번씩 불닭볶음면과 엽기떡볶이, 커피와 각종 디저트가 그녀를 유혹하지만.


이제 그녀는 안다.

하루에 한 시간을 쉬지 않고 뛰어도 숨조차 차지 않던 어린 시절로의 회귀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걸.

그녀 스스로 돌이켜 생각해 봐도 미스터리이긴 했다. 애초에 약하게 태어난 자신이 어떻게 그 시절 그렇게 운동할 수 있었는지.

어쩌면 인간의 '20대'라는 건, 신이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내려주신 가장 큰 선물이 아니었을지.


30대가 되어 20대의 체력을 바랄 수 없는 대신, 조금씩 쪼개서 자주 운동한다.

30대인 민주씨는, 그렇게 30대가 된 자신에 맞게 조금씩 천천히 몸을 어르고 달래가면서

스스로를 지켜가고 있는 중이다.

조금 아쉽긴 해도, 썩 잘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의 30대도, 어떤 의미로는 나에게 선물같이 주어진 시간일 수 있으니.


감사하기로 했다.

모든 것에, 모두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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