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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Apr 11. 2023

다정함

최근에 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참 재밌게 봤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더 글로리’, ‘카지노’ 등 스릴 있고 생동감 넘치는 드라마는 내게 크게 와닿지 않는다. (연진이가 기상캐스터로 나오는 것에 대해 전직 기상캐스터로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오히려 반감을 갖게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스무 살 무렵엔 전쟁, 신화 등 동적이고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게 하는 콘텐츠를 좋아했다면, 언제부턴가 잔잔하고 고요한 것들에 끌렸다. 그러면서 우연히 접하게 된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최근 본 드라마 중 나와 결이 꽤 잘 맞았다.


 다소 진부한 사랑이야기, 느린 전개로 인해서 답답하다는 평이 있긴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좋았다. 사실 깊게 들여다보면 대사 하나하나가 음미할수록 더 진해지는 것이 이 드라마의 특징이다. 나는 노래를 들을 때도, 멜로디가 좋은 음악보다 ’ 가사‘를 중요시 여기는데 ’ 가사가 잘 들리는 노래’가 나에게 있어 좋은 노래이듯, 드라마에서도 스토리가 재밌고, 배우들의 연기력이 출중한 것 보다도 ‘대사가 잘 들리는 드라마’를 선호한다. 그리고 사랑의 이해는 최근에 봤던 드라마 중 대사가 가장 귀에 잘 들어왔다.


 거기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구절이 있다.

‘ 난 다정함을 지능으로 보거든. 상대를 안심시키는 반듯함 같은 거. 그런 건 하루 이틀에 쌓이는 게 아니니까’


 이 대사가 내 마음을 울렸던 건 ’ 다정함‘은 결코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는 걸 짧은 사회 경험을 통해 가장 크게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늘 동경하고 멋있다고 느꼈던 분들은 일할 때 날카롭게 몰아세우더라도 뒤에서 챙겨주는 그런 반전 매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극적이지 않지만 늘 적당하게 다정함을 유지하는 분들을 보며 ‘멋있는 어른’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 분들을 대할 때마다 느껴지는 내면의 단단함은 나에게 어떤 삶의 지침이 되어주었다.


  다정한 어른들은 늘 반듯했다. 한참 어린 나에게도, 윗사람들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반듯했다.  팍팍한 생활 속에서 중심을 찾아가는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다정함으로 귀결되었을 것이고 그것을 ‘연륜’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그런 모습들이 꾸며낸 것이라 한들 수많은 방향들 중 다정함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 말로 내가 쌓아나가야 할 ‘지능’이지 않을까.


 내가 나일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을 기어가고 있다고 느낄 즈음, 사람들이 조금만 더 나에게 다정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며 원망하고 미워했던 시기가 있었고, 그런 시간들을 통해 나는 올해 나의 키워드를 ’ 다정함‘으로 정했다. 밥 먹을 때, 상대방의 젓가락이 많이 향하는 음식을 좀 더 많이 먹을 수 있게 내어주고, 길을 걸을 때 보폭을 맞춰주는 것과 같은 사소한 배려. 거기서 나의 지능을 키워나가는 노력을 쌓아가고 있다. 다정한 어른이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어른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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