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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Apr 23. 2023

요즘 코로나에 누가 걸려?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 


 감기 한 번 걸린 적이 없던 내가 올해 초부터 감기를 몇 번 앓는 걸 보고 엄마는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잘 지내던 애가 계속 골골대는 걸 보면 서울이 참 무서운 곳'이라고 말하셨다. 사실 환경의 문제인지 노화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그간 제주에선 한 번도 걸린 적이 없던 감기란 것을 일 년 동안 세 번이나 걸렸다. 그 외에도 생각보다 골골댄 적이 많았는데 이번에 또다시 목이 간질간질 한 걸 느끼고 나서 '와 진짜 면역력이 약해진 건가?'싶었다.


 요새 일이 늘어나서 주말 이틀을 온전히 쉰 적이 없다. 강의가 없으면 스터디가 있고, 스터디가 없으면 강의가 빼곡하게 차 있었다. 오히려 좋았다. 후천적 99% 내향형 인간이지만 나는 일할 때만큼은 외부의 에너지를 강하게 흡수하는 기질을 갖고 있어서, 강의나 스터디를 해도 지치기보다는 엔도르핀이 더 뿜어져 나왔다. 정신이 체력을 지배한다고 믿는 나로선 '지친다'는 말은 오히려 귀찮음의 핑계에 불과했고 그저 열심히 달렸다. 우울함이나 나약함이 틈새를 파고들지 않도록 촘촘하게 스케줄을 맞췄다. 매일 퀘스트를 하나씩 깼다는 성취감에 설렘을 안고 자긴 했지만, 그만큼 잘 쉬고 잘 먹어야 한다는 걸 간과했는지 컨디션이 뚝뚝 떨어지는 걸 스스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밤새 열이 나 밤잠을 설치고 병원에 찾아갔더니 의사 선생님은 코로나가 의심된 다곤 했다. 그동안 감기 증상을 보일 때마다 코로나 검사를 하면 늘 음성이었고, 최근 사람과의 만남을 최대한 자제했기에 그럴 가능성이 없다곤 생각했지만, 그래도 뭐 으레 다하는 거니까 싶어 독감, 코로나 검사를 동시에 했다.


'강서하 님, 독감은 음성 나오셨는데... 코로나 양성 반응 나오셨네요'


 코로나 재감염. 속상하기보단 어이가 없었다. 내가 코로나라고? 그러면서 동시에 지난번 코로나의 악몽이 떠올랐다.


 작년 8월 코로나에 걸렸을 당시는 아마 내 30대 인생에서 가장 서러운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던 난, 말이 셰어하우스지 집다운 느낌이 아니라서 늘 마음을 붙이지 못했다. 몸 컨디션이 너무 나빠져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단 호텔에서 하루 지내고, 병원에 갔더니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홈메이트들에게 전염될 수도 있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데 그렇다고 마땅히 어디 갈 곳도 없었다. 열은 팔팔 끓고 있고 머리도 핑 돌고 있는데 어디 가야 할지 몰라 길거리에서 헤매다 근처 공원에 가서 엉엉 울었다. 집 없는 서러움이 이런 거구나. 그렇다고 누구에게 나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서러움과 막연함에 울컥하게 되는데 오히려 그때 이후로 아파도 혼자서 잘 헤쳐나가야 한다고 다짐했었다.


 그때와 달리 온전히 쉴 수 있는 집이 있고, 아플 때 챙겨 먹을 충분한 음식과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몇 명의 친구들. 그리고 비상시에 쓸 수 있는 약간의 비상금까지. 그때와 비교했을 때 적당한 정도에서 흔들리고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이 참에 너무 빡빡하게 자신을 옥죄지 말고 조금 천천히 생각하고 휴식을 취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틀 정도는 계속 끙끙 앓았지만 격리 닷새 째 지금은 꽤 컨디션이 양호해졌다. 그동안 보고 싶었던 tv프로그램도 보고, 너무도 읽고 싶었지만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던, 벽돌 굵기의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 소통'책도 읽고, 미뤄뒀던 옷 정리도 하면서 다시 나를 재정비하고 있다.


 재정비하고 나면 많은 게 달라져있을까? 사람에겐 관성이 있는지라 유의미한 변화는 없을지라도, 조금 더 깔끔해진 옷장과 잘 정리된 부엌, 벽돌만 한 굵기의 책 한 권의 가르침이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아프면 서럽다. 괜히 서럽다. 다들 코로나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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