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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May 29. 2023

 깔끔한 사람이고 싶어.

  스스로가 그렇게 깔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깔끔함에 집착하고 있다. 내가 말하는 깔끔함의 영역은 '청결'도 물론이지만 '일처리'와 '생활 태도'도 포함된다. 손을 늘 씻고 핸드크림을 낭낭하게 바르는 것, 출근 전 바닥 먼지를 돌돌이로 한번 싹 미는 그런 기본적인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깔끔함은 조금 더 추상적이다.  일할 때 귀찮다는 이유로 여지를 남겨놓아 나중에 까먹고 놓치게 되는 몇 번의 경험과, 맡은 업무를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끝맺음을 잘하지 못하는 팀원들 때문에 고생했던 최근 스터디의 경험. 그리고 일하면서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서도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는 사람들의 무례함을 겪으면서 '태도'의 깔끔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업무상 개인적으로 시간 약속을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들어 약속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바빠서 시간을 체크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해는 하지, 내 시간도 소중한데...'라며 씁쓸함을 삼킨다. 그 이후로 시간에 대한 집착이 조금 더 심해졌다. 지난날의 나 역시도 바쁘다는 이유로 약속을 취소하기도 하고, 답장을 안 하기도 했었다. 그들의 심정을 뒤늦게야 알아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스스로가 깨닫지 않는 한 시간 약속을 안 지키는 버릇은 절대 고칠 수 없다. 어떠한 이유가 있더라도 '바쁘다'라는 핑계는 절대 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내 입으로 바쁘단 말은 절대 입 밖으로 내뱉지 말자. 시간적인 바쁨보다 마음의 바쁨이 더 컸을 것이 분명하고, 애초에 약속을 미루던가 사전에 미리 말을 해주면 되는 부분이니 말이다.


최근에 한 스터디에서 팀별 과제를 한 적이 있다. 코로나에 걸리고, 업무 스케줄이 겹쳐 몇 번 참여를 못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할 수 있는 선에선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팀 발표를 준비하면서 모르는 영역이라 아는 사람들을 팔로우해가면서 도움을 드리고자 노력했는데, 다들 파이팅이 넘치던 초창기와 달리 끝맺음이 부족했다. 대학생 시절 조별과제를 할 때 잠수 타는 애들을 포기하며 혼자 카페에서 밤새 발표 준비를 했던 경험이 수두룩한지라, 어른이 되어도 별반 달라진 게 없구나 싶어 씁쓸하기도 했다. 그때와 지금의 다른 점이 있다면, 대학생 때는 어느 정도 미안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성인이 되면 뻔뻔함이 생겨 발표날 아무렇지 않게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맺음을 잘하지 않으면 안 하느니 못한 것이라는 친한 친구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뭐든 꾸준하게 끝맺음을 잘하는 깔끔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30대 여성이 되면 머릿결, 손톱, 피부의 깔끔함이 그들의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고 하지만, 생활 태도에서의 깔끔함도 매우 중요함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그러지 못했던 20대의 내 모습을 반추해 보면서, 최근 다시 시작한 업무들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게 된다. 일을 잘하는 사람, 외적으로 더 고급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보다 이젠 깔끔한 어른이고 싶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지키기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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