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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Jun 18. 2023

네 번째 퇴사, 그리고 새로운 시작.

이젠 진짜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요. 

말 그대로 네 번째 퇴사. 아르바이트와 합치면 훨씬 더 많았겠지만, 내가 소속감을 느꼈던 회사생활로 치면 네 번째쯤 되는 것 같다. 첫 번째, 두 번째는 사실 인턴이라 기간이 정해져 있었고, 내가 오랫동안 정을 붙이며 사랑했던 방송국을 떠나, 서울에서 커뮤니티매니저로 일 년의 시간을 보냈다. 사실 이번의 퇴사는 예정이 되어있던 것이었다. 길어야 일 년정도라고 생각하며 일을 시작했기에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겠지만 부모님 입장에선 딸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는 건 아닌가 걱정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번을 계기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더 뚜렷해졌음을 확신하기에, 끝이라는 아쉬운 단어보단 시작이란 단어로 스스로에게 설렘을 주고 싶다. 걱정이 되는 것이라면 모두가 미래에 대해 희망회로를 돌리듯, 나 역시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점이지만 늘 그랬듯 나 자신을 믿는다. 힘들었을 때나 슬펐을 때나 나는 나를 가장 잘 위로해 주었고 또 잘 이겨냈기 때문이다.


 작년 초 힘든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번아웃이 심하게 왔던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서울로 왔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경험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떠나가고 멀어져 간 사람들 사이사이 채워졌던 새로운 만남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었고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찾아가게 되었다. sns에서만 나의 근황을 확인하는 사람들은 내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커리어를 완전히 바꾸기보단 다른 방향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싶었고, 조금씩 '아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라는 판단이 드는 순간 좋은 기회들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좋은 기회들 속에서 내가 무엇을 잘하고, 어떤 일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정답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확신이 드는 순간 정리하기로 결심했고 몇 달 정도는 다음 단계를 위한 내실을 다지는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사실 나는 취준생의 시절도 없었고, 오히려 대학을 다니면서 일을 시작했기에 준비의 기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저 사는 대로 생각했고,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얻었다는 안일함으로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뒤늦게 맞이한 일과의 권태기를 견디지 못했고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내실을 다지기로 결심한 이 기간 동안은 책도 열심히 읽고, 주변에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면서 나를 완성시켜나가고 싶다. 가시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스스로가 돌이 켜봤을 때 '좋은 순간들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부지런히 살고 싶다. 앞으로 어떤 날들로 채워나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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