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ha Jun 20. 2023

나에게 꽃 선물을.

요즘은 나와 잘 놀아주는 연습을 하고 있다. 20대를 돌이켜보면 스스로를 계속 다그치고, '왜 이 정도밖에 하지 못했어'라며 채찍질을 했던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아마 타인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아서 사전에 미리 스스로를 검열했던 것 같다. 서른이란 산을 넘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예전보다 그나마 조금 더 알게 되었다고 생각되는 지금은 외부의 칭찬만큼이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칭찬과 위로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도 잘 해낼 거야'라며 파이팅을 외치며 명랑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 내가 가장 공들이는(?) 부분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꽃 두 세 송이를 선물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축하할 일이 생길 때 우리는 꽃을 선물한다.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꽃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주는 사람이 나를 얼마만큼 아끼고 사랑하는지, 그리고 내가 받고 행복하길 바라는지 등등 다양한 의미가 더해져 꽃이 주는 낭만이 더해진다. 무엇보다 나에게 슬그머니 꽃을 건넸던 사람들은 늘 내가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꽃을 선물하기로 다짐한 이후 매주 월요일마다 집에 꽃 몇 송이를 사는 루틴을 갖게 되었다.


다육이와 이름 모를 식물들 왕국이 되어버린 제주도 본가는 공간도 넓고 빛도 잘 들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의 이 집은 빌딩 숲 속의 작은 원룸이라 그런지 빛도 잘 들지 않는다. 그래서 꽃이 생각보다 금세 시들곤 한다. 그럼에도 지친 하루를 끝내고 집에 들어왔을 때 은은하게 퍼지는 꽃향과 단조로운 내 방에 화려한 꽃잎의 색감은 큰 힘이 되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존중하고 잘 챙기고 있음을 의식적으로 알게 해 준다. 


 예전에 한 유튜브 영상에 나온 교수님은 혼자만의 고독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며 그것이 자존감을 키우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나 자신에게 자비를 베풀고,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알아봐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대접하는 사람은 그 사람만의 아우라를 갖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생일 때마다 큰 화환을 자신의 연구실로 보내며 배송란에 스스로 축하의 메시지를 적는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 거창하게까진 아니더라도 이렇게 매주 꽃을 사면서 한 주 한 주 성실하게 꾹꾹 채워가며 살아가고 있는 스스로를 아껴주고 싶다. 


꽃주면 안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있나요?

작가의 이전글 네 번째 퇴사, 그리고 새로운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