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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Jun 22. 2023

명랑하게 살기

 지난 상반기를 회고해 보면 나의 키워드는 '다정'이었다. 한동안 sns에서 '다정함도 지능'이란 말이 떠돌기도 했고, 서점에 가도 '다정'이란 단어가 심심찮게 보이는 걸 보면 어쩌면 나만의 키워드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름 다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가끔 단어가 주는 안온함을 가장해 그런 척하려는 '허세'가 되어버리는 건 아닌지 계속 돌아보면서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다정하고자 했다. 누군가 '너는 참 다정해'라고 표현해주진 않았지만, 나 자신이 느끼기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하반기 키워드는 '명랑'으로 꼽았다. 이 단어를 선택한 건 유튜브 알고리즘 덕이었다.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은 나를 유튜브 알고리즘은 한 유튜버를 소개해주었다. 헤르만 헤세의 책 중 '유리알 유희'를 소개해주며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책의 내용은 굉장히 어렵지만 결국 단 하나의 주제를 남겨놓는다고 한다.


'그래서 너 명랑하니?'


 사회적으로 성공을 하던, 원하던 바를 성취하든 간에 결국 끝자락에는 '명랑하게 지내고 있니?' '밤에는 그렇게 울었지만 낮에는 명랑하게 잘 지냈니?'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고 한다. 어떤 일이 있든 간에 명랑하게 잘 사는 것이 그 책의 가르침이라고 한다.


 나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기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명랑함'이라 생각한다. 마냥 모든 게 다 아름답게 느껴졌던 어린 시절을 지나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이고, 현실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고 느낄 시기에 접어들면 명랑하기란 그리 쉽지 많은 않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로 꽉 차있어서, 세상을 그저 명랑하게만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없거니와, 세상에 아름다움이 깃들 틈이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해도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저 어린 시절의 명랑함을 떠올리며  '옛날엔 이게 참 좋았는데'라며 추억을 운운하는 게 당연하게 되어버린다.


 그럼에도 명랑하게 살아갈 것이다. 조금 더 덜어내고, 밤엔 치열하게 고민하지만 낮엔 그 누구보다 가볍게 살아갈 것이다. 아무리 불안해하고 어떻게든 놓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했던 기회들은 결국 내가 좌지우지할 사항들이 아니었고,  그리고 그렇게 흘려버린 기회들이 지나가면서 마주한 새로운 기회들은 '오히려 좋아'라고  느꼈던 적이 많았다. 오히려 좋았던 기억의 편린들을 모아서 명랑하게 살다 보면, 쓸데없는 걱정들을 덜어내고 조금 더 산뜻하게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장담할 수 없는 수많은 선택지들을 덜어내고, 단순하게 그리고 명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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