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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Jul 14. 2023

백수 3주 차, 제대로 쉬고 싶어요.

긴장을 빼고 살고 싶어요.

  퇴사를 하고 두세 달 정도는 신나게 놀자고 마음먹었지만,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늘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놓고 대비하는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퇴사한 이후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루의 일과를 잘게 쪼개 촘촘하게 계획을 세워둔다.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자는 당찬 포부는 온데간데없고,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로 한정시켜야 마음이 놓이는 파워 J의 성향은 생각보다 뿌리 깊게 박혀있다. 늘 미래를 걱정하고 현재를 즐기지 못했던 그동안의 나 자신을 이번 기회를 통해 좀 바꾸려고 노력했는데 역시나였다. 관성처럼 다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사실 퇴사 이후의 삶도 참 부지런했다. 늘 새벽 기상에 운동하고 도서관에서 책 읽고, 가끔 들어오는 행사와 강의들을 소화하다 보니, 널브러지고 지내려던 나의 꿈은 저만치 멀어지고 말았다. 혹여나 고요함이 찾아오면 또 그새를 못 견디고 봉은사라도 가서 108배를 하면서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조금은 틈을 주려고 했는데 결국 나는 변하지 않고 제 자리를 또다시 걸어가고 있었다.


 늘 과도한 긴장에 경직되는 바람에 삐걱대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힘 좀 빼자'라고 스스로를 채근하곤 한다. 그럼에도 바뀌지 않는 나 자신도 참 고집스럽다. 또 쉬는 것조차 '잘' 해야 한다는 강박이 또 나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도대체 누굴 비교군으로 두고 있는 걸까? 누구보다 잘해야 한다는 그 기준을 어디서 가져온 걸까?


 긴장을 좀 풀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영감을 얻는다기 보단 에너지를 얻고 싶다. '성장'에 목말라하던 스스로를 조금 놓아주고 그냥 가볍게, 산뜻하게 지내고 싶다. 시계를 보지 않아도 초조해하지 않으며 매일 아침 사람들과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올라오는 불안감을 잠재우고 싶다. 


 제대로 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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