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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Sep 04. 2023

조금이라도 더 다정하게

조금만 상냥하게 말해도 더 산뜻한 하루가 될 수 있을 텐데요.

   언젠가부터 사람을 만날 때  '어떻게'말하는지를 집중해서 보게되었다. 말과 말 사이, 정확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태도들이 거슬리기 시작한 이후부터 생긴 습관이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말하는 방식에 신경 쓰다 보니,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들이 생겼다. 가급적 부정적인 단어들은 지양했다. 그리고 모든 대화의 말미에는 '고맙습니다.'를 꼭 붙였다. 마음에도 없는 말이라도 일단 내뱉고 본다. 힘 빠지고 부정적인 대화에서도 어쨌거나 고맙다는 표현으로 마무리를 지으면,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마지막 단어들만 기억으로 남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내 생각의 메커니즘이나 성격들이 꽤 많이 바뀌었던 것 같다.


 매일 아침 헬스장에 간다. 땀을 빼고 운동하면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하루를 버티게 해 주었다. 하지만 헬스장이 마냥 좋은 건 아니다. 기분 좋게 운동하고 나면 갑자기 기분이 급 다운이 되는데, 그 시점은 바로 샤워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다. 샤워가 귀찮은게 아니라 들어가는 순간 피부에 와닿는그곳의 냉랭한 분위기 때문이다.


 참 아이러니한 건 운동기구가 있는 헬스장엔 텅텅 비어있는데 샤워실만큼은 발을 겨우 디딜 정도로 사람이 꽉 차있다. 드라이기는 딱 네 개뿐인데, 사람은 열댓 명 정도라 매번 치열한 쟁탄전도 벌어진다. 다행히 나는 매번 운이 좋아 쟁탈전에 가담한 적은 없는데, 옆에서 진행되는 기싸움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깨끗하게 씻었던 등에 다시 땀이 난다.


 보이지도 않는 경계선을 임의로 그어놓고 조금이라도 구역을 침범하면 한 번 흘겨주는 사람도 있고, 내 또래 되는 사람들끼리 '아줌마'라고 시비조로 말하기도 한다.(실제로 나한테 아줌마라고 했으면 하루종일 손 떨려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 좁디좁은 공간에서 물이 한 방울이라도 튀기면 입모양만으로도 짐작 가능한 욕들을 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실제로 싸움이 난 경우도 더러 있었다. 상쾌하게 열어가는 아침, 조금만 더 화를 죽이고 기분 좋게 시작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치열한 기싸움은 매번 내 에너지를 갉아먹는다.


 매일 아침 날이 선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조금만 여유를 가져보자고 말해주고 싶다.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조금만 더 둥글게 말해보는 건 어떨까. 결국 뾰족하고 상처 주는 말들은 돌고 돌아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걸 우린 이미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데. 나를 위해서라도 지금 보다 10% 정도 상냥하게 말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이런 말조차 '네가 뭔데 훈수질이야?'라는 대답으로 돌아올 게 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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