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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Nov 24. 2023

제가 사람 볼 줄 아는데요.

남이 부여해 주는 특별함에 대하여

 어릴 적부터 튀는 걸 좋아했다. 늘 남들과는 다르고 싶었다. 내가 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사실 기저엔 남들의 이목을 끌고 싶어 하는 관종의 기질이 다분하다. 주목을 받기 위한 나의 계획은 학창 시절에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말 그대로 특별한 학교인 특목고에 가는 것이었고, 20대에는  제주도에 단 세 명, 전국에 스무 명도 안 되는 지상파 기상캐스터란 수식어가 나의 스페셜리티의 상징이었다. 


 복작복작 서울에 살면서 스스로가 평범한 시민 중 한 명이라는 걸 피부로 느끼는 순간부터 자의식을 많이 내려놓자고 다짐했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했다. 여전히 남들과는 다른 결의 사람이고 싶었다. 외모가 출중하거나 일적인 능력이 뛰어나진 못하더라도, 나만의 세계가 굳건하고, 나이가 들어감에도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한 줌의 순수함은 늘 갖고 싶어 했다. 


 이런 나를 사르르 녹여버리는 말이 있다.

  '내가 사람 볼 줄 아는데 서하 씨 같은 사람은 처음 봐요.' 

' 서하 씨 같은 사람 흔치 않아요.'


 사회생활을 할 때도, 연애를 할 때도, 친목을 위한 만남에서도 깨나 자주 듣는 말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한마디만 들으면 괜히 기분이 좋았다. 사람 볼 줄 안다는 사람들의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던 새롭고 특별한 사람. '나'라는 사람의 진가를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그런 만남 뒤에는 늘 '그래 난 특별한 사람이니까.'라고 으쓱해하며 우쭐거리던 순수가 아닌 '순진'한 내가 있었다.


 거듭되는 네트워킹 속에서 허탈함도 느끼고 상처도 많이 받으며 느낀 바들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결국 그들의 태도를 통해 느꼈던 건, 그저 내가 이런 말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그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지나치게 집착하던 나의 '특별함'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본다.  


 예전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람은 계급이 아닌 모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적, 경제적 수준에 따라 층을 나누기보다는, 동그라미인 사람이 있고, 세모인 사람이 있으며, 하트 모양의 사람이 있다는 것. 비슷한 모양일 수 있지만 결국 크기, 색깔 선 굵기 까지, 각자 제 모양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특별함은 그냥 한낱 모양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그냥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남들이 '저 모양 참 특이하지 않아?'라는 말을 유도하기보다는 결국 다 다른 모양을 갖고 있으니 겸손하자고 스스로를 조금 진정시키는 것이다. 


 이 글은 삭막한 서울에서 저런 말로 사기를 당하거나 의도치 않은 영업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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