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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Dec 30. 2022

꿈에 대한 단상

매일 아침 빠짐없이 필라테스와 요가 수업을 듣고 있다. 보통 헬스장이나 요가원은 연말에 출석률이 가장 저조하고, 특히 아침 운동은 더 심하다고 하는데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간다. 나의 부지런함을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이제는 아침에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개운하지 않아서 꼭 빼먹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느 순간부터 운동이 미용적인 이유가 아닌 심신 안정을 위한 명분으로 다가와서 더 그런 것 같다. 오늘 아침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필라테스 수업을 들으러 갔는데 다른 분들이 다 당일 캔슬을 낸 바람에 그룹 수업이 개인 수업이 되어 오히려 좋았다. 선생님과 운동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선생님이 나에게 물었다.


'서하님은 정말 열심히 사시는 것 같아요. 꿈이 뭐예요?'

꿈이 뭐냐는 질문은 보통 입사 면접이나, 소개팅 두 번째 만남 즈음 나누는 이야기인데, 갑작스럽게 묻는 질문에 답을 잠시 망설였다. 

'... 요즘은 꿈을 찾는 중이에요.'


10대에는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고, 20대에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리고 30대 초입에 서있는 지금은 딱히 내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 목표를 세워도 그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사실 올해 나의 투두리스트에는 퇴사와 이직, 이사 그 어느 것도 없었다.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 마음과 상황들이 이 쪽 방향을 향하고 있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주어진 길을 걷다 보니,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지금을 마주하게 됐다. 


 지금은 사실 꿈이 없다. 꿈이 없다는 게 결코 의욕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꿈을 정해도 중간중간 방해하는 요소도 많을 거고, 돌아가기도 하고, 새로운 길이 생겨 틀어지기도 하고, 인생이 계획대로 척척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니,  뚜렷한 꿈을 설정해놓지 않았다. 대신 나는 착실하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그냥 군말 없이 살아내고 있다. 어릴 때 처럼 거창한 꿈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잠시 내려놓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모여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는 삶의 편린들을 만들어 가는 것. 딱 이 정도가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이다.  물론 이 것이 가장 어려운 목표일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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