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오공이는 어떤 의미일까?
'꽃보다 아름다운 정원사 '
에 이어지는 백구 '오공이' 이야기
병원의 옥상에는 '하늘정원'뿐만 아니라 닭과 꿩, 개들을 키우는 커다란 우리도 있었다.
처음 '하늘정원'을 찾았을 때 만났던 백구의 이름은 손오공, 우린 그냥 오공이라 불렀다.
오공이는 겨우내 추위를 피해 하늘정원 실내에서 지내다가 봄이 되자 옥상 한켠에 있는 오공이 집 앞이나 정자 기둥에 묶여 있었다.
오공이 입장에선 답답했겠지만 오공이를 키우는 정원사님이 오가시는 어르신들과 방문객을 배려해서 그렇게 묶이게 되었을 것이다. 그나마 줄을 길게 늘려 묶은 걸 보면 정원사님의 따뜻한 마음이 엿보인다.
오공이 집 위쪽 한가운데엔 '손오공'이라고 문패도 달려 있었다.
엄마는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오공이를 쓰다듬으셨다. 오공이는 어느새 우리를 알아보는 눈치였다. 다른 사람들보다 유독 우리를 반기는 것 같았다.
옥상에 올라올 때 마다 오공이를 보러 왔다. 엄마는 드시던 간식을 오공이에게 나눠 주셨다. 오공이는 과일은 잘 먹지 않았고 과자나 고구마 같은 것을 잘 받아 먹었다.
"내가 안먹고 너 갖다 주는 거야~ 손 물면 안돼.. "
"..하긴 엄마손 족발처럼 보이긴 한다~"
"뭐!" ㅋ~
한 여름이 되자 오공이는 뙤약볕을 피해 천장이 있는 우리안에 갖히는 신세가 되었다.
뛰어다닐 수 있는 넓은 우리였으나, 오공이로서는 우리밖에 묶여있는 편이 오히려 사람의 손길을 느낄 수 있어 더 좋고 답답함도 덜했으리라. 뜨거운 콘크리트 바닥에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니 별수 없지만 왠지 갖혀있는 오공이가 안쓰러워 보였다.
집에서 먹다 남긴 족발이나 편육, 치킨, 순대 같은 것을 챙겨다 주면 오공이는 헐떡거리며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그후론 엄마는 우리가 병원에 갈때마다 제일 먼저 오공이 밥을 찾으셨다.
'오공이 밥 가져왔어?'
오공이 줄 밥거리가 없을 땐 먹다 남은 생선 머리나 내장이라도 싸가서 주면 그나마도 맛있게 먹어주는 오공이가 고맙기까지 했다.
모임에 갔다가 회식자리에서 남긴 고기들을 보면 오공이 생각이 나서 도저히 그냥 나올 수가 없었다. 체면불고하고 모든 불판의 남은 고기들을 싸달래서 가져오면, 그것으로 오공이의 특별식이 되었다.
싸온 먹거리들은 병원 전자렌지에 데우거나 처음부터 따뜻하게 보온재로 꽁꽁 포장해와서 따뜻하게 해서 주었다.
오공이가 그 정성까지 알아 주려나?ㅎ
오공이는 멀리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만 들어도 우리 저 안 쪽에서부터 펄쩍펄쩍 뛰며 쏜살같이 달려 나왔다.
어쩌다 먹을거리를 준비 못했을 땐 어찌나 미안하고 안쓰럽던지..
오공이도 그 맘을 아는지 손에 든 음식이 없어도 실망하지 않고 힘껏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었다. 우리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창살에 매달려, 아쉬운 눈빛으로 흔드는 꼬리를 멈추지 않은채 배웅했다.
언제부턴가 검둥이들 3마리가 더 늘어나 음식을 나눠 먹여야 해서 턱없이 부족해하는 애들한테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퇴원 이후엔 한 달에 한 번씩 외래진료차 병원에 들렀는데, 한동안은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던 오공이 밥을 챙겨와 주고 갔었다.
엄마는 지금도 삼겹살을 드시다가 몇 쪽을 휴지에 싸서 챙기신다. 한 번은 바지주머니에서 삼겹살을 싼 휴지 뭉치가 나온적도 있어 좀 난감했다.
엄마에게 오공이는 어떤 의미일까?
오공이와의 인연으로 엄마도 오공이도 조금은 더 생이 의미로웠을까?
분명 그들은 더 행복했을 것이다.
후기 : 엄마께 이 글을 보여드렸더니 삼겹살 한 근 사서 오공이한테 가자고 하신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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