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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서희 Jun 03. 2017

넌 내게 벅찬 선물이었어..

고맙다.. 그리고 정말 미안해

아이의 휴대폰 사용을 일시 중지했다. 필요시 와이파이로 카톡이나 페북, 인터넷 등은 사용이 가능했다. 과제나 친구들과의 소통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이에게 일러 두었다. 아침에 통보할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더니 막상 밤에 집에 와서 휴대폰 사용을 제지시키자 아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엄마가 무슨 권한으로 내 휴대폰을 중지해!"


아이의 태도에 마음은 아팠지만 다행히 화가 일지는 않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흥분한 아이와 효과적인 대화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은 들었지만 그래도 해야 했다. 아이의 분노의 원인을 바로 잡아주어야 했다.

 

"너 송강현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지?"


아이는 바로 부정했다.


"내가 원해서 태어난 거 아니야!

엄마가 나를 세상에 있게 한 것 자체가 불행이야!"


"그럼 죽음 되잖아.."


"죽는 건 무섭기 때문에 못해. 태어났으니까 할 수 없이 살아야 돼. 난 폐인이 돼서 불행하게 살아가게 될 거야!"


홧김에 비수를 꽂기로 작정하고 쏟아 내는 말인 줄 알기에 그 칼 끝은 고무칼처럼 비수를 꽂지는 못했다.


".... 너가 생기기 전에, 그땐 100점짜리 엄마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어. 그런데 아이가 생기지 않았지. 옆집 엄마는 원하지 않는 아이가 자꾸 생겨 두 번이나 배속의 아이를 죽이는 걸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어.

그러다 몇 번의 시험관 시술끝에 너를 기적처럼 선물 받았지. 아직 눈코입도 생기지 않은 아가의 심장소리를 초음파로 처음 듣던 날 엄마의 가슴은 감동으로 출렁거렸다. 바로 너였지. 네 심장이 뛰는 소리.."


"휴대폰을 끊은 건.. 어제 너가 엄마를 너의 지원을 위한 수단으로만 인정한다는 말에, 그 지원을 끊을 수 있다는 것도 엄마의 권한임을 알게 하기 위함이었어.."


이렇게 대화를 풀어 나갔다.


아이는 더이상 말대꾸 없이 차츰 분노를 내려놓았다. 눈에 분노가 이글거리던 아이의 표정이 수그러 들더니 이내 눈물도 보인다.


아이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너를 키우면서 작은 일에도 자주 화내고 짜증내던 일이 이렇게 너를 엄마에게 쉽게 분노하는 아이로 만들었다. 그땐 몰랐다. 그런 행동이 아이에게 얼마나 해가 되는 건지..

예수도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은 자를 용서하지 않더냐. '저들을 용서하라 저들이 자신이 지은 죄를 모르니라' 하면서.

그러니 너도 엄마를 용서해라. 이제 았으니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엄만 분명히 또 화낼 거예요.. 그냥 노력한다고 말하세요"


"그래 노력할게.."


이 날의 짧은 소나기는 이렇게 잘 개이고 한층 옅어진 구름 사이로 말간 해가 고개를 내밀어 주었다.


강현이에게 고맙다. 엄마를 이해해 주어서.. 꼭 노력 하마 약속할게. 그리고 정말 미안해..


<사춘기 아들을 겪으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엄마의 일기에서..>




아들 -  "우리 여전히 사랑하지?"
엄마 - "우리가 젤 잘 하는게 사랑하는 거잖아 "

"엄마가 아들을 덜 사랑하게 될 일은 없어.
시간이 갈수록 엄만 널 더 사랑하게 될거야.
넌 갈수록 엄마를 덜 사랑하게 되겠지만.."

- 영화 <마미> 중에서..


 "우리 여전히 사랑하지?" "우리가 젤 잘 하는게 사랑하는 거잖아" - 영화 '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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