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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서희 Sep 26. 2016

소나기 같았던 아들의 사춘기

이제는 사랑만 보여..




중2병이라 했던가?

내 아이의 사춘기도 중1 때부터 시작해서 중2로 이어지면서 최고점을 찍었다. 중2 중반에 들어 한층 안정을 찾아가는 아이의 모습에서, 잔뜩 겁먹었던 청소년 격동기를 의외로 잘 넘어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이른 감은 있겠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자녀 또는 부모교육에 관한 프로그램에 늘 깊은 관심을 가졌다. EBS 부모교육 프로그램은 거의 빠지지 않고 챙겨보았고, 자녀교육에 관한 공개강좌들도 열심히 찾아들었다.


'오직 자비로운 태도로 대해야만 인간다운 아이로 키울 수 있다..' 


그러나 배우고 또 배워도 어느 순간 내가 잘못을 하고 있다.  


아이와의 애착도 좋았고 소통도 잘 되는 편이었으나 아이는 자라면서 때때로 분노를 조절하지 못했다. 


아이의 행동이 정도를 벗어나자 당혹감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포털사이트에서 청소년 사춘기에 관한 거의 모든 글들을 찾아 읽었다. 그러나 문제에 부딪히면 아이도 나도 이론과는 상관없이 통제 불가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아이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나약한 엄마의 모습을 보이는 일도 많았다. 눈물을 보이는 엄마 앞에서 한시적으로 반성의 기미도 느껴졌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더 이상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나 죄책감도 없어 보였다. 더 당당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당위성을 부여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엄마의 잘못이 더 크게 보이기 때문이었다.


혼란스러운 건 아이의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를 데리고 나가 진지한 대화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다독이고 다짐시키지만 그때뿐 아이의 문제행동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사이 아이는 점점 더 독립적인 정신세계를 구축해가고 있었다. 절대 부모의 권위로 아이의 행동을 제어할 수는 없었다. 아이에게는 공감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만 했다.


이대로 아이의 잘못된 행동도 잡아주지 못하는 나약하고 무력한 부모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아이의 분노는 나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 크다. 아이를 대하는 내 태도에 자비가 부족했음을 이젠 안다. 아이의 마음에 상처 주는 말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부터 반성하고 내 태도가 달라지니 아이의 태도도 많이 좋아지는 듯했다.


그러나 한 번씩 나도 아이도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며 잠잠하던 아이의 반항도 또다시 터지곤 했다.


불현듯 공감할만한 충분한 근거란 더 이상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다독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닌걸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인식시켜 주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 우선 그것부터 깨닫게 하는 것이 먼저란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론 아이의 부적절한 행동에 가차 없이 '안돼'라고 타일렀다. 군더더기 없이 그냥 '잘못이다'라고만 짧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엄마에게 잘못을 전가하며 변명을 할라치면 대꾸 없이 기다렸다가 아이의 마음이 가라앉았을 때 잘못된 태도를 정확히 바로 잡아갔다. 아이의 문제가 거역할 수 없는 부모에 대한 태도에 있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올 해부터 오후에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되자 아이가 방과 후 할머니 댁으로 와서 저녁을 함께 했다. 아이가 엄마에게 그릇된 태도를 보일 때마다 할머니는 아이의 잘못을 조용히 지적하셨다. 


"엄마한테 그럼 못써. 엄마 말 잘 들어야지. 그래야 할머니가 용돈 줄 거야.."


평소 외할머니의 사랑이 극진하기도 했지만 최근 치매를 앓고 계시는 할머니의 눈에도 자신의 태도가 잘못된 거로 보이는 데에 마음이 움직인 걸까?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아이는 차츰 자신의 행동의 당위성을 잃어 갔고, 부모에 대한 절대적인 행동규범이 있음을 공감해 갔다.


그 후로 아이는 빠르게 자신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다 분노가 생기는 상황에도 놀라운 자제력을 보여 주었다.


그렇게 내 아이의 사춘기는 감사하게도 한 때의 소나기처럼 찾아왔다가 빠르게 개였다. 


미우면서도 사랑했던 때를 너머, 이제는 사랑만 보이는 너무 예쁜 아들로 내 품에 돌아와 있다.

소나기가 다시 내릴 기미는 없어 보인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처럼..^^



Prettiest Friend by Jason Mraz -

https://youtu.be/sPwpUpKoZTQ


해피보이
심술궂은 모습 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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