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인다는 것은..
네가 날 길들인다면
우린 이세상에 하나뿐인 존재가 돼..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자신이 사랑한 장미꽃이
수많은 장미들과는 다른 의미라는것을 깨닫게 해주는것처럼..
내가 스무살 즈음 <어린왕자>을 읽고,
'길들인다는것'에 담긴 의미를 깨닫게 한 대목였었는데..
여기서 길들인다는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길들이기가 아니라
서로에게 '의미'가 되는 것을 뜻한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김춘수의 '꽃'처럼...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싶다.
남편과 내가
남남으로 스무 다섯해를 지내다가
인연이 닿아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그의 것'이 되고
또 그는 '나의 것'이 되었다.
우린
오랜 세월 서로
길들이고 길들여져 간다.
어느 사이
우린
웃는 모습도 닮아 있고
말투도 닮아 있고..
이젠
나는 그에게, 또 그는 내게
무엇이 되어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어 있다.
꽃과 어린왕자 -자전거탄 풍경
너의 의미 - 산울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김춘수 '꽃'
이미지출처 : 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