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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서희 Oct 19. 2017

순박해서 아름다운 모드 -<모드 Maudie>

"나는 사랑받았어요."

영화 <모드 Maudie>는 올 가을 내 인생에 잔잔하고 따스한 여운을 남겼다.

영화는 실제 캐나다의 나이브(naive) 화가인 모드 루이스(Maud Lewis1903~1970)의 삶을, 그녀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그려 나간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는 '내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지만 '내 사랑'이란 다소 가벼운 느낌의 제목에 비해 영화는 기대 이상의 감동으로 한동안 나의 가슴과 머릿속을 멍하게 만들었다.

모드와 에버렛과의 사랑에는 생긴 모습도 지식도 돈도 명예도 그 어느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깊이 파인 주름투성이의 얼굴에 헝클어진 파마머리, 선천성 장애로 굽은 어깨와 절룩이는 걸음걸이, 불편한 손, 어눌한 말투.. 겉으로는 뭐하나 온전할 것이 없는 불편한 모습의 말라깽이 여자 모드.

다소 불편한 모습의 말라깽이 모드

그러나 모드의 내면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따스하고 인간적인 것으로 채워져 있다. 속으로는 뭐하나 온전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그녀의 웃음이 참 사랑스럽고 예쁘게 느껴진다.

그녀의 웃음은 사랑스러웠다.

오빠와 숙모로부터 서로 떠맡지 않으려는 천덕꾸러기로, 늘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받으며 살아가던 모드. 어느 날 가게에서 가정부를 구하러 들어온 에버렛 루이스를 만나게 된다. 언뜻 자신처럼 어눌한 말본새를 지닌 그에게서 동질감이 느껴졌던 걸까? 모드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절망적인 숙모의 집에서 나와 에버렛을 찾아가는 것으로 그녀의 인생에 변곡점을 찍는다.

에버렛 루이스는 해안가에서 생선과 장작 등을 팔며 혼자 살아가고 있는 다소 무식하고 마초적인 남자이다. 그런 에버렛과 모드의 만남은 언뜻 매우 기이하면서도 의외로 무척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에버렛이 모드에게 자신, 개, 닭 그 다음으로 서열을 정해주어도 모드는 그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 길을 지날 때 어린아이들이 돌을 던지며 놀려도 모드는 괜찮다고 한다. 오히려 늘 먼저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곤 한다. 남들과 다른 자신에게 보내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나 무시, 조롱 따위는 더 이상 그녀에게 상처를 주지 못한다. 사람들이 자기같은 사람에게 너그럽지 못하다는 습성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담담하고 씩씩하다. 난 그러한 자세가 그녀를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낡고 어두운 집을 그림으로 채워나가는 모드

모드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붓 한 자루와 페인트만 있으면 자신이 본 모습을 기억으로 떠올려 그녀만의 화법으로 그려낸다.

에버렛의 삶 또는 그의 성격만큼이나 어둡고 삭막한 오두막 집, 모드는 그러한 집 곳곳을 그림으로 채워 나간다. 에버렛의 집이 모드의 그림으로 채워져 가는 동안 모드와 에버렛의 삶도 함께 변화되어 가는 것 같다. 영화는 그렇게 집과 두 사람의 삶처럼 점차 따스하고 밝아진다.

점차 따스하고 밝아지는 작은 오두막 집

"에버렛, 내 그림 맘에 들어요?"

"내가 어떻게 알아?
이건 뭔지 알겠네. 내 이름이잖아.
내 이름을 왜 써?"

"같이 하는 사업이잖아요.
이 그림의 반은 당신 거니까요."

"왜 내 이름을 써?" "이 그림의 반은 당신거니까요"

모드의 그림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자 주변에 늘 사람들로 북적이고, 상대적으로 더 초라하게 느껴지는 에버릿은 심경이 날카로워진다. 이런 변화가 혼란스럽기만 하다.

"난 사람들 싫어."

"사람들도 당신 싫어해요."

"하긴.."

"그래도 난 좋아해요. 당신은 내가 필요해요."

"사람들은 당신 싫어해도 난 좋아해요.. 당신은 내가 필요해요."

언행이 거칠고 때론 폭력적인 에버렛에게 모드는 자세를 낮추면서도 서슴없이 다가간다. 그녀의 사랑은 그를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런 모드의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이 투박한 에버렛의 마음에 녹아들어 그를 변화시킨다. 둘은 서로의 방식으로 사랑하게 되고 결혼도 하게 된다.

서로의 결핍을 채워가는 두 사람. 풍경처럼 아름답다.

모드와 에버렛의 소박한 결혼식

결혼 후 그날 밤 에버렛의 발등 위에 모드의 발을 얹고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뭉클하게 아름답다. 춤을 추며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도 인상적이다. 서로의 결핍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채워주고 있다.

"낡은 양말 한 쌍처럼 살아요"

"한 짝은 다 늘어나고 한 짝은 구멍 잔뜩 나고?"

"아니에요. 하얀 면양말 "

"당신은 감청색이나 카나리아색 양말이겠군."

"낡은 양말 한쌍처럼 살아요"

"저 구름 보여요?"

"난 안보이는데?... 당신은 보여."

"나한테 뭐가 보이는데요?"

"내 아내가 보여. 처음부터 그랬어.
그러니까 날 떠나지 말아줘."

"내가 왜 떠나요?"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니까."

"아니에요. 못 떠나요.
당신과 있으면 바랄 게 없어요. 아무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