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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서희 Jan 17. 2021

코로나가 준 선물

어린 시절 만들어 보았던 커다란 눈사람..


나 어렸을 때 (70년대) 한겨울은

발을 동동 구르게 추웠고,

손등은 다 터서

번지르하게 안티프라민을 바르곤 했다.


눈이 내리면  

동네 어른들이 집 앞을 쓸어 모은 눈은 

산더미가 되어

한겨울 내내 녹을 줄 몰랐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은

내 키만큼 커다란 눈사람이었다.


그땐 그렇게 추웠고 눈도 많았다.



언젠가부터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간절한 소망으로만 그쳤고,

눈이 내려도 일새 없이 녹아버려

눈사람 만드는 풍경도 

점차 사라져 갔다.


그렇게 점점

겨울다운 겨울이 사라져 갈 즈음,


2019년 겨울, 코로나 바이러스가 등장한다.

바이러스는 작년을 거쳐 올해 여지없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마스크를 껴야 하고

부둥켜안고 손도 맞잡을 수 없는

삭막한 세상이 되었다.



사람들의 오만이 지구를 병들게 했고

자연 생태계를 무너 뜨렸다.

지구는 생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세상에 퍼트렸다.


바이러스는 치밀했다.

생태계를 무너뜨린 인간에게만 침투했다.

다만 인류의 생존을 위해

아가들 보다는

노인과 병약자에게 치명적이었다.

수백노약자들은 

살고자 하는 지구의 몸부림에 

죽음으로써 희생당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직전 19년 봄,

황사공포는 최악이었다.

그때부터 마스크는 일상이 되었고,

공기청정기가 주된 생활필수품이 되었다.


그해 겨울,

중국 우한에서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로

중국 공장 가동이 줄면서

작년 봄처음으로

황사 없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맑은 봄은 코로나가 준 첫 번째 선물이었다.

오랜만에 새파란 가을 하늘과 

유난히도 예쁜 단풍 덤이었다.



그리고 올해 지구의 겨울은,

 한파와 폭설로 겨울왕국이 되었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겨울왕국


언제나 아쉽게 끝나곤 했던 함박눈이었는데

 올해는 원 없이, 아주 원 없이 내려 주었다.

온 세상 새하얗게 빈틈없이 덮었다.


이른 아침, 산책을 하면서

어제 사람들이 만들어 놓았을 

눈사람들을 만났다.


어떤 건 어설퍼도 귀엽고

어떤 건 곰돌이 이모티콘 싱크로율 100%로

꽤 공들여 만들었다.


요 야옹이 눈사람은 아주 오래전 조카가 만든 눈사람임


공원을 지나는데

커다란 눈덩이가 보였다.

다가가니 누군가의 발에 차여

푹 파인 발자국이 있었고

멀리 떨어진 곳에는 머리였을 작은 눈덩이가

내동댕이쳐진 모습으로 놓여있었다.

누군지 참 못됐다ㅠ


난 작은 눈덩이를 주워 큰 눈덩이 위에 올리고

패인 부분에 눈을 채우고

주변에 눈을 끌어모아 모양을 다듬었다.

가지를 주워 눈과 코, 웃는 입을 만들고

두 팔도 만들었다.


내친김에 두르고 있 

목도리와 장갑, 모자를 벗어 씌웠더니

어딘가 내 모습을 닮았다.

모처럼 만들어본 커다란 눈사람이었다.


내 목도리와 장갑, 모자를 씌었더니 어딘가 내모습을 닮았다^^


장애인을 위한 구름다리는

완전한 눈썰매장이 되었다.

썰매를 타는 여자아이 모습이 한껏 즐겁다.



겨울다운 겨울은

코로나가 준 두 번째 선물이다.



자연은 언제나 인간에게

아낌없이 많은 선물을 주는데


인간들은 마치 특권처럼

오만한 생활을 마구마구 해댄다.

자연은 결코 인간만의 것이 아닌데 말이다.


인간들의 오만이 계속된다면

그들이 자연으로부터 얻은 것들을

다 빼앗기고


결국 자연과 함께

파멸에 이르게 되고 말 것이다.



자연이 인간에게 무한한 선물을 주고

인간에게 바라는 것은 많지 않다. 


조금만 덜 쓰고 조금만 덜 편하고

그렇게 살아가라는 것이다.


우리가 자연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라곤 고작

자연을 아끼는 마음뿐이다.



한겨울 눈위에 살아남은 땅장미가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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