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사이, 작은 풀

by 서히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의 미세한 틈,
그 사이를 비집고 올라온 작은 풀이 있다.

그 아래의 땅은 단단하고 메마르다.

이 풀은 아름다움을 위해 자라지 않는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그곳에 있다.

나는 매일 스스로를 규정하고 정돈하며
내가 원하는 ‘빛’을 향해 나아가려 애쓴다.

그러나 내 안의 가장 강인한 부분은,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도로변의 틈새 같은 곳에서
끈질기게 버티고 있는 이 풀과 닮아 있다.


내가 애써 외면해 온
나의 모난 부분과 끈질긴 미련,
그리고 부끄러운 고집들은 이 풀과 같다.


그것들은 내가 원하던 자리가 아닌,
가장 생존하기 어려운 곳에서
나의 생명력을 지탱해 왔다.


나는 그 생존의 방식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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