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장갑 한 짝이 떨어져 있다.
누군가의 온기를 품고 있던 섬유는
이제 차가운 보도블록의 냉기를 대신 견디는 중이다.
딱히 눈에 띄는 색도 아니라서
풍경 속으로 아주 천천히 스며들고 있다.
주머니에서 미끄러졌을까,
서두르던 손에서 빠져나왔을까.
두 짝이 함께일 때는
손을 따뜻하게 하는 역할을 했을 텐데,
홀로 남은 지금은
손 모양을 닮은 헝겊 조각처럼 보인다.
손가락이 채우고 있던 자리는
이제 납작하게 눌려 있다.
그것이 오른손의 것이었는지 왼손의 것이었는지는
굳이 따질 일이 아니다.
짝을 잃은 사물은
설명을 요구받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 곁을 무심히 지나친다.
발로 차이지도 않고,
누군가 집어 들지도 않는다.
쓸모를 잃었다기보다는
쓸모가 필요해지는 순간을
지나쳐 버린 것처럼 보인다.
나는 잠시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긴다.
장갑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오지 않을 짝을 기다리기보다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길의 일부가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