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율 대신 견디는 마음
작업을 하다 보면 모든 것이 하나로 모이지 않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선은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지고, 색은 서로를 밀어내며,
화면 전체가 하나의 중심을 만들지 못한 채 머문다.
그럴 때 나는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더하고 싶어진다.
흐트러진 리듬을 바로잡기 위해,
이질적인 요소들을 익숙한 질서로 묶어버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 충동을 거스르지 않았다.
맞지 않는 것들을 정리하고 어긋난 간격을 메우며,
화면을 가능한 한 안정된 상태로 수렴시키려 했다.
조율되지 않은 상태는 곧 미완의 실패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업을 지속할수록 나는 더 자주 멈추게 된다.
지금 이 화면이 정말로 ‘맞춰져야 하는 상태’인지,
아니면 단지 내가 익숙한 방식의 균형을 강요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화면은 때로 하나의 중심 없이도 버텨낸다.
완벽히 정렬되지 않은 선들,
서로 다른 밀도를 가진 면들이 팽팽한 긴장을 유지한 채 공존하는 상태.
그것은 조화롭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붕괴된 것도 아닌 어떤 중간의 지점이다.
나는 이제 그 상태를 성급히 해소하려 하지 않는다.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맞추기보다,
그 어긋남이 어디까지 유지될 수 있는지 조금 더 지켜본다.
지금의 불균형이 단순한 오류인지,
아니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구조의 일부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화면이 끝내 하나의 합으로 수렴될 필요는 없다.
어떤 작업은 맞춰지지 않은 채로,
저마다의 리듬을 유지한 채 남겨질 수도 있다.
오늘의 화면 역시 끝내 정돈되지 않았다.
선과 면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남아 있었고,
색은 서로를 향해 섞이지 못한 채 머물러 있었다. 나는 그 간극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둔다.
어쩌면 작업은 완전한 조율에 도달하는 일이 아니라,
끝내 하나로 합쳐지지 않는 상태를 잠시 견디는 일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