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작된 첫 번째 미션!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 잘 그리는 방법

by 이서후

“안녕, Ju! 우리가 할 첫 번째 프로젝트로 포스터 일러스트레이션을 해 볼까 하는데, 어때? 좀 큰 거야.”


포스터라. 뭐, 괜찮겠지 싶었다. 시각디자인 공부하면서 맨날 작업했던 게 포스터 아니면 책자였으니까. 그런데 얼마나 크길래? 내가 포스터의 사이즈를 묻자, 치프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음, 문짝 하나를 완전히 감싸 덮을 만큼 큰 거! 우리 회사 사무 구역을 나누는 중인데, 식물이 많아서 ‘정글’이라고 부르는 방 하나를 독서실처럼 조용한 공간으로 만들려고 해. 그 방문에 아예 시트지로 네가 만들 포스터를 붙이려고. 대충 이런 스타일이면 좋겠는데.”


아….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치프가 보여준 참고 자료들은 다 엄청난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품들이었고, 나는 사실 벡터 그림을 많이 작업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진 편집하고 손그림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피치 못하게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를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에 식은땀이 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벡터 그림 특유의 딱딱한 느낌 때문에 Ai를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느낌 때문에 사랑하게 되었다는 게 함정이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다니까.)


일단 최선을 다해서 작업해 보겠다고 큰소리를 쳐 놨다. 치프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보지도 않고 못한다고 하면, 그만큼 못난 태도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통화를 마치고, 나는 폭풍 리서치를 시작했다. 그리고 벡터 그림으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참고한 결과, 치프의 마음에 들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당시 작업한 포스터 아이디어. 나중에 이걸 다시 문짝 사이즈에 맞게 디자인했다. (그림 속 남자가 왠지 치프를 좀 닮은 듯….)

벡터 그림에 자신이 없다는 생각만 버리면, 상당히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다는 걸 배울 수 있었다. 이제부터 Ai 작업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와 꿀팁에 대해 나누어 보겠다.




1. 리서치 (훌륭한 작가 셋을 소개한다.)


1) 말리카 파브레 (Malika Favre)

(출처: https://www.malikafavre.com/)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인 말리카 파브레. 그녀가 만드는 작품의 특징은 유려한 색채, 곡선, 화면의 다이내믹한 구성이다. 명도와 채도의 대비가 뚜렷한 색채가 우선 시선을 잡는다. 그리고 간결한 선을 이용해 사물의 특징을 표현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 이 작가처럼 그리고 싶다면:


최대 8-9개의 칼라 팔레트를 먼저 구상하고 그림 작업하기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색을 관찰하고, 서로 어울리는 색상을 선택하는 눈 익히기. (밖에 자주 나갈 수 없다면, 핀터레스트 등 사진을 많이 볼 수 있는 사이트에서 리서치하는 것이 좋다.)

잡지 표지에 실리는 커버 사진처럼 오브젝트 구성해 보기.


2) 노마 바 (Noma Bar)

(출처: https://www.instagram.com/noma_bar/)

이스라엘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노마 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네거티브 영역을 활용하는 작가다. 그가 사용하는 색채는 벡터 그림에서 표현할 수 있는 심플함의 정석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사회적 이슈에 관련된 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작가처럼 그리고 싶다면:


표현하고 싶은 주제 정하기 (사람들이 잘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대중성 있는 주제가 좋다.)

‘대비’에 집중하기. (원색에 가까운 색들의 대비, 네거티브 영역의 대비.)

스토리텔링을 위해, 오브젝트를 최대한 단순화시키기.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한지에 대한 여부가 핵심적 요건.)


3) 올리 모스 (Olly Moss)

(출처: http://ollymoss.com/)


영국 출신의 아티스트인 올리 모스는 벡터 그림이 플랫(flat)하다는 관념을 깬다. 이 작가의 작업물을 보면, 실제로 유명 영화 포스터나 판타지 책들의 커버를 재해석한 것들이 많다. 스펙터클한 벡터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면 배울 점이 많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이 작가처럼 그리고 싶다면:


통일성 있는 색채 사용하기 (그린 계열, 블루 계열 등, 일단 콘셉트와 맞는 팔레트를 구상한다.)

구아슈화, 혹은 유화 질감이 나는 브러시 쓰기(아날로그 느낌을 낼 때, 분위기 표현에 도움이 된다.)

책이나 영화의 내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상징성 있는 오브젝트 디자인하기.


2. 실질적인 작업 방법 (Ai를 다루는 기초 꿀팁)


벡터 일러스트레이션에는 왕초보인데 나처럼 급하게 Ai를 사용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다면, 일단 응급 처방으로 딱 다섯 가지만 기억하자. (단축키는 맥 기준)


1) 펜 도구 (P)

딱딱한 선분이나 도형 만들 때, 아주 러프한 오브젝트 디자인할 때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 거의 나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스케치를 해도 괜찮다. 도구 패널에서 펜처럼 생긴 것을 선택하거나, P를 누르면 된다.


2) 곡률 도구 (Shift + `)

딱딱한 선분에 유연성을 더해주는 곡률 도구다. 저렇게 펜 모양에 물결무늬 같은 게 붙어있다. 동그란 점 두 개는 딱딱한 선분을 만드는 고정점, 흰색 동그라미 한 개만 있는 건 곡률을 만드는 고정점이다. 대충 선을 만들고 나중에 저 점들을 움직여서 오브젝트를 만들 수 있다. 이 기능으로 잎사귀든, 사람이든, 안경이든, 모든 걸 만들 수 있다.


3) 도형 도구들( 사각형 M, 원 L 등)

펜 툴 쓰기 귀찮을 때가 있다. 혹은 정형화된 단순한 오브젝트들을 만들고 싶을 때는, 도형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사각형과 원 하나를 만들어 보았다. 그런데 진짜 마법은 다음 단계에 나온다.


4) 패스 파인더 (만들어 놓은 오브젝트 결합 방법 선택)

패스 파인더는 서로 겹쳐진 모양을 결합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 준다. 위 사진은 아까 만들어 놓은 사각형과 원을 이용해 만든 오브젝트다. 패스 파인더를 이용해 원형 모양을 제외한 사각형의 모양을 만들었다.


5) 획, 칠, 브러시 스타일

창의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장 간단하게는 맨 위에 있는 저 녀석들을 살펴보자. 살구색 네모는 현재 오브젝트를 채우고 있는 칠, 파란색 테두리가 된 네모는 오브젝트가 가진 선의 색깔, 옆에는 획의 두께와 스타일을 조절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다. 아까 만든 오브젝트에 브러시를 적용하고, 획을 조절하여 내부에 색을 추가했더니 완성된 오브젝트다.


사실 너무 기본적인 내용이라고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적어 보았다.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디자이너인가? 모든 이에게 처음은 있는 법 아닌가!) 어쨌거나 저 기초 꿀팁들로 나는 첫 번째 프로젝트를 잘 마칠 수 있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서 Ai에 대한 것을 많이 잊어 먹은 지금도, 저 다섯 개 도구들 덕분에 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무쪼록 Ai가 아직 낯선 사람들에게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란다.


다음 글에서는 궁극의 웹사이트 일러스트레이션 제작기를 담아 보겠다. 그림 스타일을 여러 번 바꿔가며 작업해야 했던 해프닝이 있었으니…. 치프와 릴카, 제키의 서로 다른 의견에 둘러싸였던 나는 어떻게 그 험난한 과정을 헤쳐나갔을까?(에휴.)


다음 글: 10. “문제는 일이 아니야. 사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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