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서후 Aug 13. 2021

서쪽 호수로 떠나는 짧은 휴가

보리얀의 고향,'자일리아샤' 여행하기

(오늘 특별 출연한 '이야기 여행자')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벌써 매거진의 5화가 훌쩍 지났네요!


저는 매거진 중간중간에 이렇게 튀어나와서 가끔씩 랜선 여행 가이드로 인사드릴 예정이랍니다. <스크룬하이>의 이야기에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지역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오늘의 목적지는 보리얀의 고향인 서쪽 호수, '자일리아샤'입니다! 아참, 저번 이야기에서 보리얀은 만나고 오셨나요? 오늘은 그 아이의 시선을 따라 여행을 해 보려고 하거든요. (선장의 딸, 보리얀 만나러 가기)


그럼 준비되셨다면, 함께 떠나볼까요?


서쪽 호수 '자일리아샤'의 부분 지도


우리가 가볼 곳은 '자일리아샤'의 마을 중에서도 가장 크고 번화한 중앙 마을이에요. 음…. 번화했다고는 하지만 도시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네요. 평온한 자연 풍경이 동화 같이 예쁘게 펼쳐져 있기에, 개인적으로는 힐링 플레이스로는 으뜸이 아닌가 싶어요. (아래에 나오는 박스들은 모두 본문의 일부예요.)


2019년, 슈타인 암 라인에서 찍은 사진.


사진 속의 장소는 서쪽 호수의 모습에 가장 많이 영향을 준, 스위스의 작은 마을 '슈타인 암 라인(Stein am Rhein)'입니다. 중세 시대 건축물들과 벽화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는 작은 보물 같은 곳이지요. 잔잔한 물결을 따라 걸음을 옮겨보니 보리얀이 사는 마을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졌어요.  


(…) 저무는 해가 호숫가 주변에 자리한 작은 오두막들을 비춘다. 복층 형식의 반달 모양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풍경이 고즈넉하다. 나무껍질 사이에 켜켜이 박힌 조개껍데기로 엮어진 외벽은 마치 물고기의 비늘 같다. 그 집의 주인들은 대부분 보리얀의 가족처럼 배를 타는 사람이거나 진주를 운반하는 이들이다. 지대가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드디어 키 큰 나무들 사이에 자리 잡은 보리얀의 집이 보인다. 아담한 집의 지붕 꼭대기에서 따뜻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아마도 저녁 식사가 준비되고 있는 모양이다.

 

'슈타인 암 라인'의 느낌을 얼핏 닮은 자일리아샤. 그곳의 노을 지는 풍경도 물론 멋지지만, 제가 본 싱그러운 아침 풍경 이야기 또한 빼놓을 수 없지요. 부지런한 어부들과 선장들, 그물을 엮는 사람들과 진주를 나르는 사람들의 아침이 시작되는 시간에 보리얀도 일어났답니다. 도시락을 챙겨 들었는데, 어디로 가는 걸까요?  


드넓은 호숫가의 소박한 마을 풍경이 보인다. 지대가 조금 높은 언덕 위로 웅크린 반달처럼 생긴 둥근 집들이 군데군데 모여있다. 물안개가 아직 채 가시지 않아서 호수와 맞닿은 주변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지만, 안개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잔잔한 물결 위에 나룻배들이 쉬고 있다. 그 나룻배들을 관리하는 조금 더 큰 배들도 수면 위에서 일렁인다.

이따금씩 철썩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물가에서 조금 올라온 구릉지에는 초록 들판이 펼쳐진 위로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저 멀리 아파라티 할아버지의 낡은 오두막과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보이고, 그보다 좀 더 아래에는 보리얀이 견습 활동을 하는 목장이 보인다. 보리얀은 선장인 아버지 바얀의 허락으로 벌써 배를 타는 법을 익히고 있지만, 아직은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가축들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호숫가 위의 동산으로 올라가는 보리얀을 따라가 보니까 조금 희한하게 생긴 나무가 있어요. 신기하게도 나무의 표피가 은색이네요. 이야기 여행자로서의 사명을 가지고, 얼른 종이와 연필을 꺼내서 그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답니다.  


헤사티오 나무의 이파리, 꽃, 그리고 열매
한적한 길가를 따라 언덕으로 조금 올라가면 막 열매를 맺기 시작한 은색 나무들이 보인다. 보리얀은 잠깐 멈추어 서서 나뭇잎의 향기를 맡는다. 쌉싸름하면서도 뒤로는 달큰한 향내가 난다. 잎사귀들은 조금 거칠거칠한 솜털이 나 있는데, 줄기에 가까울수록 은색을 띠고 있고 끝으로 갈수록 호수와 비슷한 푸른색을 띤다.


'아하, 그렇구나. 헤사티오, 독특한 이름이네. 그런데 옆에 피어있는 저 꽃은 또 뭐지?'

새벽에만 피는 꽃, 이스다일
보리얀은 헤사티오 나무들에서 발걸음을 옮긴다. 새벽에만 피는 꽃, ‘이스다일’들은 아침이 되자 다시 봉오리 모양으로 오므라들었다. 무릎까지 자라 있는 그 난초들을 헤치며, 보리얀은 꽃봉오리들이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걷는다.

‘난 차라리 이렇게 나한테 말을 걸지 않는 돌멩이와 풀, 꽃들이 더 내 친구 같은 걸.’

보리얀이 한숨을 푹 내쉰다. 자신을 싫어하는 다른 아이들을 아침부터 볼 생각을 하니, 견습 목장에 다가가는 마음이 점점 더 무거워진다. 벌써 저쪽에서 다른 아이들이 투닥거리고 노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의 소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보리얀은 입술을 굳게 다문다. 그리고 검은 머리를 질끈 묶은 후, 은빛 머리를 가진 아이들의 무리 한가운데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견습 목장이라니, 우리 세상에 있는 곳으로 치면 학교 같은 걸까요? 궁금해서 보리얀을 계속 따라가 봤어요. 목장이라 그런지 정말 동물들이 있네요! 한 번도 보지 못한 이상한 동물들도 있군요. 특히 얘, 뭐죠? 소도 아니고, 하마도 아니고···.  

룸부의 모습

신기한 풍경에 신난 저와는 달리, 보리얀은 별로 즐거워 보이지 않네요. 자신과는 다른 머리색을 지닌 아이들과 선생님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것 같군요. 아무래도 울적할 때는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필요하겠죠?


또래 아이들과 친하지 않은 보리얀에게는 조금 특별한 친구가 있는데요, 커다란 헤사티오 나무 옆의 오두막에서 사는 어떤 할아버지랍니다. '아파라티'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그분은 언제나 보리얀이 오면 헤사티오 나무 잎사귀로 차를 끓여주시곤 하지요. 시무룩해 있는 보리얀에게 할아버지는 어떤 말씀을 해 주실까요?


다음 글에서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기 전,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소개드릴 곡이 있어요. 아래 동영상은 자일리아샤의 고즈넉한 풍경이 주는 느낌을 담아 본 사운드트랙이랍니다. 음악을 들으며 지금껏 둘러본 서쪽 호수의 모습을 떠올려보신다면, 자일리아샤로 휴가를 떠난 기분이 물씬 들 거예요.


그럼 우리, 다음 글에서 아파라티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또 만나요!


이야기 여행자가 만든 자일리아샤 테마곡 듣기



매거진의 이전글 취리히 호수에서 태어난 첫 문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