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팀장이면 돌아봐야 할 것들(1)
리더십 책의 리더는 문제를 해결하고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Superman일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스스로 넘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자신을 자책하게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로 가려움증이 생기고 탈모도 생기고 심지어는 자신이 돈을 버는 이유라고 늘 스스로 자부하는 자신의 가족에게 마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집에 돌아와서도 일을 잊지 못하고 예민해져 있다보면 아이들과 아내에게 불친절하기 일쑤고 이는 부부싸움 더 나아가 아이들과의 관계마저 문제를 일으킨다. 자책하지 마라. 자책이라는 걸 해 보고라도 있다면 당신은 충분히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고 방향을 조금만 선회하면 나를 챙기고 남도 챙길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강단에 서면 많은 리더들이 묻는다. 좋은 팀장이 되려면 자신은 무엇을 더 고치고 보완하고 수정해야겠냐고.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말이 있는데 스스로에게도 개념이 없고 조직도 정해 준 것이 명확하지 않은 좋은 리더가 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 좋은 리더 그게 뭔데. 자신을 자책하면서 멀쩡한 자신을 모자르다고 이야기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답도 없는 조언을 구하면서 자신이 가장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자기 가족한테 마저도 멀어지면서 되고 싶은 것일까?
각 민족마다 고유의 특성이 있다. 그것은 그 민족이 살아온 환경과 지내온 역사,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이라는 환경적 요인도 반영된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의 모습은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한 번쯤 생각의 자물쇠를 선물할 필요가 있다. 열쇠는 알아서 찾아야 하겠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리더는 이순신인가? 세종대왕인가? 김구인가?
리더를 마치 희생의 아이콘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은 팀장이라는 보직을 얻는다고 해서 예전만큼 돈도 권력도 얻기가 어려운 세상인데 우리 민족을 위해 희생했던 위대한 리더처럼 행동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작 팀장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조직장들도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근거도 없고 미래에 대한 보장도 없는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과거에는 조직 내에서도 의리라는 게 있고 라인이라는 것도 있어서 줄을 잘 잡으면 자기 역량 이상의 자리에 오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할 것 없이 이런 경우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실력보다 소위 말하는 네트워크나 인맥이 더 중요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과거에 대비해서 상대적으로 역량이나 능력이 중요해 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있었던 유리벽이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그 유리벽에 구멍을 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리고 그 유리벽 위의 조직장들도 결국 자신이 오너가 아닌 이상 자기 이익에 따라 팀장들의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진다. 겉으로는 명분을 중시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실리로 머리 속이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 팀장의 희생은 얼마나 숭고한 가치로 인정 받을 수 있을까? 먼저 결론부터 말하면, 지나고 보면 아니다.
수 년 간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업계 관행은 다단계 못지 않은 구조였다. 우리 회사는 안 그럴 수 있다. 그게 정상이 아니다. 내가 그 일을 바로잡을 수 있다. 정상화는 가능하다. 라는 생각으로 지금 생각하면 정신이 나간 것 같은데 서울과 지방을 넘나들면서 협력사의 대표들을 직접 만나고 여러 사유로 인해 맞지 않았던 거래금액을 맞추고 더 양질의 일을 만들기 위해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따라오지 않는 팀원들을 설득해 가면 밤낮없이 뛰어다녔다. 팀원들이 의욕이 떨어지면 나는 내가 당신들보다 더 열심히 뛰잖아. 내가 당신들 어려운 거 메울게. 이건 지금 해야 돼. 라는 말로 그들을 끌고 갔다.
그 후 어떻게 됐을까? 그 일을 원했던 대로 정리가 되었고 정상화가 되었고 팀원들은 한동안 지쳐 있다가 다른 새로운 일에 매달리게 되었다. 대표이사와 본부장에게 '수고했다'는 한 마디와 함께 특진대상이 됐지만 결과는 아름답지 않았다.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적합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그 순간부터 팀원들도 나도 우리가 한 일을 조직에 대한 희생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팀장이 나는 더 했다. 그리고 잠시 휴지기에 들어갔다. 나는 이순신도 세종대왕도 김구도 아니었는데 잠시 완장을 차고 날뛰던 망아지 꼴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