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열어야 한다.'
늘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늘 수직적인 조직의 구조에 놓여 살아갑니다.
그 조직에서 가장 사람을 힘들게 하는 존재는 대표보다 중간 관리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약치기의 만화에서도 부장님으로 칭해지는 존재들. '민초'라 불리는 조직 하위의 구성원들이 보기에는 삽질을 시키고 말귀를 못 알아듣고 그래도 자기가 군림해 보겠다고 난리를 치는 존재, 경력에 비해서 너무 아는 게 없는 존재겠죠.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 분들이 조직이라는 구조 상에서 일을 잘할 필요는 없다고. 되게 모순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조직도 그들에게 실무자처럼 현장을 누비기를 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무실 한 켠에 높은 파티션을 처 놓고 스마트폰과 직장생활을 하기를 원하지도 않죠. 그러면 과연 조직이라는 구조에서 회사와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그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각의 끝에서 나온 결론은 '경청'이었습니다. 오늘도 대표는 전략회의에서 목놓아 이야기합니다. '우리 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 먹거리를 찾아오라고.' 하지만 우리 부장님은 다르게 해석을 합니다. '우리 애들이 야근을 안 해서 그런가? 우리 애들이 근태가 나쁜가? 우리 매출이 안 올라와서 그런가? 왜 갑자기 저런 먹거리 얘기를 하지?' 회의가 끝나고 팀원들을 모두 불러모은 자리에서 부장님은 호기롭게 확신에 차 이야기합니다.
"김과장, 재무팀에 우리 이 달 매출 보냈어? 아직 보고가 안 됐나 본데 대표가 뭐라 하던데?" "네? 벌써 집계 끝나서 넘겼는데요. 지난 주에 결재해 주셨잖아요."
"아... 그런가? 그리고 요즘 너무 느슨한 거 같아. 팀 실적도 별로 안 좋은데 일과 삶의 균형도 중요한데 일단 일이 되야지 삶도 있는 거 아냐?" 어리둥절한 팀원들...
"김과장은 선임이어서 바쁘니까. 박대리, 박대리 요즘 뭐해?"
"저 지난 번에 거래처 매출 증진 방안 만들라고 하셔서 그 보고서 작성 중인데요."
"아, 그거. 그거 몇 날 며칠을 해. 오늘 중으로 마무리 하고 내일부터 매출 100억 더할 수 있는 전략을 짜와."
"부장님 지금 매출에서 갑자기 100억을 더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혹시 오늘 회의에서 무슨 말씀 있으셨어요?"
"여튼 박대리는 나하고 차주 대표 회의 전까지 자료 좀 만들어."
박대리는 주중 내내 야근을 하고 월요일 아침 보고서를 들고 자신있게 들어간 부장님은 대표에게 또 까이게 되죠.
"이부장님 이건 알겠는데. 이거 말고 제가 신사업 관련된 내용 이야기드렸는데 그 자료는요?"
"네?... 저 아직."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뭐 하셨어요? 너무 스피드가 느린 것 같은데요."
대표도 답답하고 팀원들도 답답합니다. 이부장은 팀원들을 탓하지만 그의 커뮤니케이션 포인트가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지지 않습니다. 결국 팀원들만 고생을 하게 되죠.
대표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 주문, 이부장에게는 왜? 기존 매출을 늘리는 것으로 해석되었을까요?
마인드의 패러다임이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듭니다. 이부장은 그냥 아주 평범한 변화를 기피하는 직장인입니다. 새로운 일을 하고 싶지도 벌리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에게 남아있는 트라우마 같은 단어는 그냥 '매출'입니다.
무엇을 해서 돈을 버느냐? 어떻게 수익을 남기느냐?를 고민하는 대표라면 이부장은 짬밥이 있으니까 욕을 못하겠어서 그렇지 그냥 폐기시켜버리고 싶은 클론입니다.
대표와 팀원들의 소통 통로가 되어야 하는 이부장은 귀를 틀어막고 자기 세계에서 명확하지 않은 해석만 여러 가지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결국 갈 때마다 깨지고 당황하고 사표낼 용기도 없으면서 혼자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닌다고 떠드는 사람이 되고 말죠. 이부장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귀를 여는 것입니다. 해석말고 사실을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