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매니지먼트와 리더십, 뭘해야 할까?
실무자일 때 바라보는 팀장은 아침에 와서 커피 마시고, 담배 피우고, 회의 갔다가 와서 다시 회의하고 일을 뭔가 하는 것 같지만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아무 것도 새로 만들지 않는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존재였다. 그래서 그 때는 너무 멀다고 느껴져서 그랬는지 본부장인 상무님 자리보다는 저 팀장자리까지는 꼭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도 모른다. 높은 파티션 안쪽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 하지만 내 연봉에 두 배가 넘는 돈을 가져가는 사람 그 사람이 나에게는 팀장이라는 존재였다.
세월이 지나고 직장생활을 10년쯤 하니까 나도 그 자리에 가게 되었다. 내가 팀장을 맡게 된 한 대기업은 그룹의 방침에 따라 점점 파티션은 낮아졌고 팀장이라고 해서 자리에 앉아 팀원들을 관리할 시간은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예전에는 대체 팀장들은 왜 하루종일 회의실에 앉아서 윗 사람과 또는 그들끼리 차를 마시며 끝이 나지 않는 이야기들은 화를 내기도 하고 웃어가기도 하며 하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마라톤 회의와 끝장 토론을 겪어 가면서 그게 다 일을 받아오기 싫어서 하지만 일을 안한다는 소리는 듣기 싫어서 속칭 '짱구'를 굴리는 기나긴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팀장 1년차, 유능한 팀장이 되고 싶었다. 컨설턴트 출신으로 영입됐고 전업을 한지 처음 2년을 제외하고는 계속 오프라인 교육 쪽에서 일을 했는데 다시 온라인 교육업체로 오게 되었다.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대표이사의 지시사항만 나오면 다들 핑계를 만들어 내는 팀장들과는 달리 우리 팀은 똘똘 뭉쳐서 회사의 과제들을 해결하고 내 리더십은 인정받기를 바랬다. 그건 그냥 바램이었다. 내가 맡았던 일은 그룹에 진행할 교육프로그램 기획, 해외사업, 신사업, SI 등의 업무였는데 11명이나 되는 팀원들을 끌어가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회의가 끝나고 내가 선봉에 서서 일을 해결하려고 할 때마다 내 팀원들의 한숨은 늘어났다. 그래서 새벽부터 밤까지 죽어라고 일을 해대는 팀장에게 미안한 마음들은 있었는지 처음에는 주어진 일을 거절하지는 않았다. 나는 내 나름대로 팀원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업무스타일, 커뮤니케이션 진단 등도 같이 받아보고 긴 시간을 아니지만 모여서 워크샵도 하면서 전의를 다져갔다. 그러면서 내가 늘 강의에서 이야기하던 매니지먼트는 지양해야 할 것,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지향해야 할 것으로 나누어 리더십을 가진 유능한 팀장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30대 중반, 흰 머리가 나기 시작하고 급성장염으로 두 차례, 과로로 한 차례 쓰러졌다. 5년이라는 시간을 컨설턴트로 거의 날밤을 세우며 일해왔던 내 체력도 고갈되었고 열정의 방향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혈압은 치솟고 잦은 술자리에 몸무게는 0.1톤 가까이 가고 가족과의 거리도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어느 날 4명의 파트장과 팀원들이 이야기 하는 얘기를 듣고 예상된 결과에 한 번 더 충격을 받았다. 나는 바보였다. '민주적인 의사결정, 자율적인 업무 수행 그런 거 누가 원한걸까?' 팀원들이 원한다는 미명 아래 내 자신이 착한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나에게 강요하면서 나 좋자고 한 것은 아닐까? 늘 의문이 있었지만 '그래도 팀원들은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난 그냥 무능한 호구였다. 자기 혼자 열심히 일하는 바보였다.
하지만 그 때도 나는 매니지먼트가 아니라 리더십이 해답이라고 스스로 체면을 걸고 있었다. 수평적인 팀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 일이 있고 오래 가지 못해 나는 쓰러졌고 더 이상 리더로 서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정신적, 육체적 충격을 받았다.
다시 내가 리더로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이 가진 신념과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렇다. 민주적이지 않은 조직에 나만 민주적일 수 없고, 월급 받기 위해 회사에 다니는 사회 구조 하에 자율적으로 일하는 건 꿈 같은 얘기다. 그리고 나서 비율을 조정했다. 50%의 매니지먼트와 50%의 리더십을 실행하기로 마음 먹고 내가 할 일과 팀원들과 함께 할 일을 나눴다.
물론 그 해에는 좋은 결과는 나지 않았지만 2년차가 되면서 성과는 나기 시작했다. 내가 먹는 욕은 똑같았지만 내 몸은 더 편해졌고, 팀원들도 자신들의 담당 업무에 점점 더 뚜렷해졌다. 나에게 고마워하지는 않았지만 나를 호구로 보는 사람들은 점점 더 적어졌다. 아주 기본적인 출퇴근에서부터 매주 회의와 보고, 기획서와 제안서 스케쥴 등 관리를 시작했다. 일은 점점 더 나아졌고 팀원들과의 거리도 조금씩 멀어졌지만 1년차 보다 불만은 수그러져 갔다.
기업에서 강의를 하고 교육과 코칭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리더십은 발휘해야 할 것, 매니지먼트는 지양해야 할 것이라는 묘한 흑백논리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실제 해 보고 느끼는 것은 조직문화는 수평과 수직이 공존해야 하고 리더십과 매니지먼트도 함께 이루어져야 조직은 일의 성과든 문화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신임 리더가 되는 팀장들은 이런 부분에 있어 되게 많은 강박 관념을 가지고 있다. 착한 리더가 되어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조직에서 살아가다 보면 착한 리더는 팀원들을 제때 승진시킬 수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같이 성과를 내서 강한 힘을 갖추고 남까지 챙길 수 있는 강력한 팀장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자기 밥그릇도 못 챙기면 어느 후배가 사람 좋다고 따를까? 그건 기대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