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 쓰고 있는 자기소개서,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3)
Copy(복사하기), Paste(붙여넣기)는 이제 그만 해라.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매일 매일 인성과 적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특히 적성, 진로에 대한 이야기들은 초등·중등·고등·대학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까지 계속 되고 있고 자신에 대한 영원한 숙제나 고민거리로 남는다. 외국처럼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어릴 때부터 탐색하고 결정하고 우리나라 NCS의 모델이 되고 있는 호주, 독일 등 여러 국가들처럼 교육제도가 갖추어져 대학에 갈 사람은 대학에 가고 직업학교에 갈 사람은 직업학교에 간다면 그 결과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사회 전반적으로는 ‘나는 대기업에서 일해, 나는 어느 회사, 무슨 담당, 무슨 직책이야.’를 내세우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보다도 ‘내 직업은 무엇이고 나는 이런 일들을 하면서 세상을 살아갈 거야.’에 초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사실적으로 말해서 현실은 이런 상황이 아니다.
고등학교나 대학, 최근에는 학력 인플레이션이 심해서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까지도 우리나라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이나 진로를 탐색하는 데 시간을 별로 투자하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 대학에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는 진로·생활지도센터나 취업지원센터에서 이에 해당되는 검사를 받고 분석결과를 진지하게 검토해 본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NCS를 도입, 운영하고 있는 호주, 독일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객관적으로 보아도 우리나라의 현실은 제도도 기회도 걸음마 단계에 놓여 있다. 향후 개선의 여지는 있겠지만 취업에 실패하는 이유가 절대적인 선발인원의 감소, 학력과 스펙 위주의 선발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지원자 스스로가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현실은 학교나 군대보다도 몇 배나 지독한 정글이며 그 곳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기는 만화, 드라마로 제작된 ‘미생’보다도 더 치열하다. 이러한 이유로 신입사원들을 선발해 보면 그 후 정착시키는 과정이 선발하는 것보다 몇 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개월 되지 않아 사직서를 가져오는 팀원들을 보면 대부분의 사유가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 힘들어서,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등등 다양하다. 이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할지, 어디에서 일할지, 무엇이 하면서 살지’ 등 자신의 업(業)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채 붙기 위해서 지원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 입학할 때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가라는 학과, 점수에 맞는 학과를 지원해서 공부하고 속칭 비인기 학과에 가면 전공 세탁하기 위해 취업 잘 되는 과를 복수전공하고 또 다시 졸업한 학교 수준, 자신의 영어 점수, 교내외 활동 등등 여러 가지로 구성된 스펙에 맞는 직장을 찾아나서는 이러한 악순환이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불합격 통보 또는 어렵사리 합격해서 조기 퇴사를 부르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여기에 주인공도 자기 자신, 자기소개서라는 시나리오는 쓰는 것도 자기 자신이다.
팀원을 선발하는 면접을 보기 위해서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받아 보면 ‘이 사람이 대체 우리 회사에 왜 오려고 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지원자들이 있다. 1차, 2차 여러 번을 거르고 걸러서 면접 대상자가 되었는데도 Copy, Paste의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차라리 자기소개서에 ‘제가 작성한 이 내용은 저의 기본적인 스펙입니다. 회사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동기와 하고 싶은 업무에 대한 부분은 면접에 선발해 주시면 그 자리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속 시원하게 써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지원자 입장에서 회사에서 무엇을 하는지, 이 회사는 무엇을 해서 주로 돈을 버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운이 좋아서 그 회사에 다니는 동문 선배가 있다든지 가족, 친지 중에 지원하는 회사와 동종업계나 그룹사, 그 회사에서 일해 본 사람이 있다면 좀 더 도움이 될 수는 있다. 이런 인적 네트워크가 아니라면 회사의 홈페이지에 기재된 내용과 네이버, 구글 등 각종 포털에 기재되어 있는 신문기사 수준이라도 읽어보고 나름대로 회사에 대한 분석과 관심도를 높여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한 사람이 소위 이야기하는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고려하지 않고 붙고 보자는 식으로 다양한 업종, 직무에 지원하다보니 더 많이, 더 빨리 넣기 위해서인지 Copy, Paste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기업의 인사·채용을 담당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내부 조직의 리더들은 수많은 지원서와 지원자들을 지면으로 면접으로 접하는 사람들이다. 읽어보고 선발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가 쉽지 않다. 물론 기업에서도 상황이라는 게 있다. 최근에는 어디든지 지원자가 넘치는 세상이라 특정한 상황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지원서가 아주 형식적이고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특정 직무에 너무 필요해서 선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특정 자격을 가진 사람들의 수도 적지 않아서 이런 경우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결국 자신이 지원한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자신이 지원한 직무가 입사를 하게 되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현재 회사의 주된 사업은 무엇이고 수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조사를 해서 자기소개서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력서는 이러한 내용을 넣은 공간이 없다. 오직 자기소개서를 통해서만 그나마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이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라고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이유는 지원자의 객관적인 사실을 적을 수밖에 없는 이력서 외에 주관적인 표현이 포함된 부분을 보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지원자는 이러한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어차피 자신은 한 명이고 한 군데 조직에서 밖에 일할 수 없다. 두 군데, 세 군데 합격한다고 해도 잘 해야 친구들한테 자랑할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 거리에 불과하다. 수많은 지원서를 넣는다고 해서 입사하고 싶은 곳은 이미 마음속에 정해져 있을 것이다. 혹시 몰라서 차선책으로 선택하거나 경제적으로 좋은 수입을 보장해서 자신의 루트를 바꾼다고 해도 그 자체는 오래 가지 못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월급을 많이 주는 기업은 그만큼 더 많이 일할 것을 기대하고 당신을 채용하는 것이다.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고 자신의 자기소개서 한 장, 한 장에 그 기업과 맞는 자신을 표현해라. 일상적으로 붙여 넣어서 저장해 버린 Copy, Paste 자기소개서가 아닌 고민과 분석을 통해 작성한 한 장의 자기소개서가 당신의 진로를 바꿀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어차피 한 기업에만 입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