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두 형님이 블로그를 만드셨습니다. 그들의 글을 읽는 게 하루 중 소소한 즐거움이자 괴로움인데, 주로 인스타에서 읽던 것들을 블로그로 읽으니 더 좋아요. 같은 내용이더라도 인스타는 텍스트에 너무 불친절합니다. 트위터도 그렇고. 페북은 어플을 지워서 잘 안 들어갑니다. 아무튼, 그들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괜히 나도 글을 올리고 싶어져요.
우리라는 말, 참 좋지 않나요. 언젠가 최애 웹툰 작가인 박수봉 작가께서 애인이란 단어를 사용하시길래 참 예쁜 단어다 생각한 적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애인이 없어 그런 워딩을 할 수 없었죠. 그래도 우리는 있습니다. 의리 말고 우리요. 의리는 없어요.
-요 어미의 글을 잘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구요? 위에서 말한 두 형님 중 한 형님의 블로그 말투를 카피했습니다. 저는 카피캣이니까요. 사실 카피캣은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 시대에 순수한 창작이 어디 있을까요.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모방하고 변형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 형은 말장난에 능한 서울의 아재인데요, 그 형 블로그에 글이 15개 정도 있는데 제 얘기가 4~5개 정도의 글에서 나오더라구요. 저는 아마 그의 뮤즈인가 봅니다. 그 형은 생활체육을 좋아해요. 보통 체육인하면 건장한 체격에 건강미를 떠올리는데 체격만 건장하십니다. 음주를 체육이라 믿고 계시거든요. 언젠가 같이 막걸리 먹다 찍힌 사진을 보면서 "아, 나 강호동 같네"라고 한 말을 기억합니다. 닮진 않았는데, 같은 체육인이라는 뜻인가 봐요.
사실 우리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삼천포로 빠졌네요. 삼천포로 빠진다는 관용 어구는 진주를 가다가 삼천포로 길을 잘못 들었던 어느 장사꾼의 이야기에서 유례되었다는 썰이 있는데, 사실 여부는 모릅니다. 당연히 삼천포도 가본 적 없습니다. 지금은 사천시지요.
아니 그러니까 우리에 대해 쓰고 싶어요. 우리는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인지요. 피히테의 말마따나 사람이 사람 사이에서만 사람이라면, 우리라는 복수명사는 사람이란 단어와 유의어쯤 될 것 같아요. 약육강식, 적자생존, 각자도생의 원리로 굴러가는 각박한 사회 생태계에서 우리는 시스템을 거스르는 걸 수도 있겠네요.
우리는 다들 각자라서 각각 이름이 있나 봐요. 우리가 각자가 아니라면 개인을 따로 지칭할 필요도 없을 수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로 묶인다는 것은 어쩌면 제 이름의 기능을 일부 포기하는 걸지도 몰라요. 개인의 개성을 우리라는 단체의 정체성에 귀납시키는 걸지도요. 뭐 그렇다고 대단한 희생까진 아니겠지요. 우리는 같이, 또 각자니까요. 인생 결국 혼자 산다고 하지만, 그러면 사람들이 너는 너 혼자 사냐고 손가락질 하잖아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또 산으로 갈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픈 말은 그냥 그게 다예요. 우리라는 단어가 예쁘다는 거. 우리가 좋은지 이름이 좋은지 몰라요. 그냥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고, 살고 싶은 대로 살자구요. 결론이 없다구요? 그럴 수도 있죠 뭐. 우리도 그렇게 살잖아요. 일만 벌여놓고 수습도 안하고. 그냥 포기하잖아요. 포기하면 편한데. 인생도 그런데 글이라고 별수 있나요. 그러니까 빡빡하게 살지 말자구요. 대머리도 아닌데. 가재도 게 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