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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범 Feb 06. 2021

부메랑

바람부는 충정로

어제는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을 읽었다 내가 쓰고 싶은 시가 이런 시였는데  마음이 그의 시어가 되어 시를 헤집고 다녔다 충정로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높은 빌딩들 사이로  차선 도로가  있다 담배를 피우러 가는 길에는 맞바람이 나를 막아선다 전소한 담배꽁초를 버리고 오는 길에선 나를 재촉한다 담배 연기와 은행잎이 그의 방향을 가리킨다 은행잎이 헤엄친다 대한해협을 건너는 조모 씨의 모습처럼 거센 풍랑을 뚫으며 장구를 친다 잠시 앞으로 나가는가 싶더니 공중제비를 돌다가 뒤로 넘어진다  잠시  떠미는가 싶더니 막아선다 일렁이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편을 읽어냈다 나에게는 이례적으로   편을 끝내고는 필사를 했다 내가 하고 싶던 말이 이것이었는데 그의 시어가  마음을 헤집는다 공중제비를 하다가도 텀블링을 돈다 대상도 없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쓰고 싶다가도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 결국   말을 잘하면 되는 것을 그게 나의 역할이다 연거푸 담배를 태운다 잠시 눈을 감고 몸에 힘을 뺀다 담배 연기와 은행잎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애초에 닿을  없는 물성이지만 가끔씩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시라는  그런 것이 아닐까 닿지 않아도 소리 나는  괜히 공중제비를 돌아본다 어차피 넘어질 바엔 코가 깨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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