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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범 Feb 09. 2021

한강에는 얼마나 많은

한강에서 투신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한다. 요인은 수질오염. 그러면 청구서가 유가족에게 돌아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강에는 얼마나 많은 시체가 있을까. 한껏 불어터진 식빵같을 시체들.
얼마전에 먹은 티라미수는 시트를 커피에 적셔 놓았는지 눅눅한 식감이었다.
눅눅하고 축축한 한강. 삶이 얼마나 눅진하면 그 습한 강물에다 구멍을 내었을까. 부부싸움에서 쓰이는 비유는 비유일 뿐이라지만, 그래도 한강은 그 구멍을 죄다 메꿔버릴텐데. 마지막까지도 흔적을 남기기 싫었던걸까.
분명히 무수히 많은 구의 시체가 있을텐데. 미처 다 썩지 못한 것들도 분명히 있을텐데.

예전에는 한강둔치를 고수부지라 불렀다. 언젠가부터 그 명칭이 일본어 잔재라는 이유로 둔치, 혹은 공원으로 순화하여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들 어색해했지만, 보아하니 요즘은 고수부지라는 명칭을 생소해하는 사람들이 고수부지를 누빈다.
한강 고수부지에서 고수부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한강을 잇는 다리 밑밑마다 있다.
저마다 낚시대를 펴들고선. 하지만 그것도 불법이다. 한강에서 낚시는 불법이다.

동네 목욕탕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어르신들 얘기를 듣게 된다.
예전에 한강에서 쏘가리를 잡아서 매운탕을 끓여먹었다는 둥, 요즘은 그거 뭐라고 못 하게 한다는 둥 장조와 단조를 넘나들며, 옛날 옛적, 고수부지적 소리들을 하고 계신다.
고수부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런 분들 뿐일까. 그들이 펼쳐놓은 낚시대에는 무엇이 달렸을까.

예전에는 한강에 발도 막 담그고 놀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 아마 낚시를 금한 이유도 이러할테다.
제 몸 하나 누일 곳 없던 빌딩 숲에서 내려다보는 한강은 침대처럼 아늑했을테니, 기쁨 환희 설움 한 모두 품고 묵묵히 흘러가리라 믿었을테니.
그래서 낚시를 하면 안 될테다.
판도라의 상자는 열지 말아야하듯, 비밀 품은 사람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건 반칙이니까.
아마 그런 이유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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