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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정 Aug 12. 2018

종자부터 찌꺼기까지 버릴 것이 없는 콩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는 콩밥에서 콩을 골라내는 나에게 ‘콩은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하시며 골라내지 못하게 하셨다. 맛은 소고기 같지 않았지만 그만큼 영양이 풍부하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콩에는 단백질을 비롯한 여러 영양성분이 듬뿍 담겨있다. 몸짱을 꿈꾸는 이들이 즐겨먹는 단백질 보충제의 단백질은 대두(soybean)에서 추출한 경우가 많고, 인도나 중동사람들이 즐겨먹는 병아리콩, 렌틸콩 등은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즐겨먹는다는 소문이 나면서 슈퍼푸드로 각광을 받았다. 


형형색색의 콩. 좌측 하단에 병아리콩 중앙에는 렌틸콩이 보인다.


강낭콩, 검정콩, 완두콩, 병아리콩, 렌틸콩, 루핀콩 등 형형색색의 콩은 종류도 참 다양하다. 하지만 곡물 트레이딩의 관점에서 보면 콩과 식물(legume)은 그 자체로 먹기 위한 병아리콩, 렌틸콩 등의 펄스(pulse)와 직접 먹을 수도 있지만 기름을 짜는 것이 주 용도인 대두, 땅콩 같은 오일시드(oilseeds)로 나뉜다. 콩에는 더욱 다양한 용도가 있고 이러한 구분이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자재의 성격으로 전세계에 거래가 더 많은 것은 후자로,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오일시드로 불리는 대두의 경우 전 세계에서 연간 3~4억 톤이 생산되는데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세 나라가 전체의 약 80%를 생산한다. 아메리카에서 생산된 대두의 대부분은 중국으로 수출되며 중국 한 나라가 전 세계 대두 수입량 1억5천만 톤의 63%를 차지한다. 이는 유럽전체에서 수입하는 양의 6~7배에 이른다. 이번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미국의 공격을 받아칠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가 바로 대두였다. 대두는 옥수수, 밀, 쌀 등의 곡물에 비해 생산량 중 상품으로 교역되는 비중이 훨씬 높아 교역량이 생산량의 40%에 이른다.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은 대두는 두부, 된장, 간장 등으로 가공하여 사람이 직접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백질만큼이나 지방도 풍부한 대두는 기름을 짜내는 용도로 더욱 널리 알려져 있다. 마트에서 파는 식용유라고 불리는 것들은 십중팔구 대두에서 짜낸 기름이다. 대두가 아닌 것에서 짠 기름의 경우 올리브유, 포도씨유, 해바라기씨유, 카놀라유와 같이 원래 종자의 이름을 붙이지만 대두에서 짜낸 기름은 그냥 식용유다. 이처럼 사람이 먹는 기름의 가장 대표적인 원료는 대두다.  



대두에서 기름을 짜내고 나면 고소한 냄새의 찌꺼기가 남는다. 이를 대두박(soybean meal)이라고 부르는데 우리에겐 깻묵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다. 깻묵이나 박(meal)은 종자에 상관없이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가리킨다. 다만 박의 경우 착유 외에 다른 가공과정을 통해 생겨난 찌꺼기도 포함한다. 고소한 냄새의 기름을 짜고 난 박도 그 냄새가 배어 있어 참 고소하다. 낚시하는 데에 사용되는 식물성 떡밥의 성분도 바로 이 향긋한 냄새로 물고기를 유인할 수 있는 깻묵(박)이다.  앞서 콩은 영양가가 참 높다고 했는데,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일 뿐인 박도 영양가가 높다. 특히 단백질로 유명한 콩의 단백질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렇지만 박은 사람이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단백질이 많이 필요한 가축의 사료로 사용된다. 황금색의 고운 가루인 대두박을 옥수수, 밀, 보리 등 다양한 원료와 배합하면 단백질도 풍부하고 냄새도 고소한 사료가 된다. 대두유와 대두박 같은 대두 부산물은 거래량이 많아 자체 선물시장도 있다. 미국에서 대두는 GMO 비중이 가장 큰 작물이기도 하다.


대두에서 기름을 짜내고 나면 단백질 성분이 높은 고운 대두박이 남는다. 대두박은 가축사료의 주성분으로 널리 사용된다.


영양으로나 거래량으로 보았을 때 기름을 짜고 박으로 쓰는 데에 으뜸인 것은 대두박이지만, 가격과 기호 등을 고려하여 카놀라, 해바라기씨, 땅콩, 팜 등 다른 원료들도 비슷한 용도로 쓰인다. 그 중 팜유는 인간이 먹는 기름 중 가장 가격경쟁력이 높아 주 원산지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재배가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가정집보다는 대량으로 소비되는 과자공장이나 치킨집 등에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경유에 일정량의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섞게 되어있는데 대부분 값싼 팜유다. 가격이 싼 만큼 팜박의 경우 대두박처럼 냄새가 고소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팜박이나 야자박처럼 저렴한 박류는 비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 외에 기름을 물리적으로 짜내는 것은 아니지만 옥수수로 바이오 에탄올을 추출하고 남은 DDGS(주정박)도 단백질 공급원으로 대두박을 보완할 수 있는 매우 우수한 사료원료 중 하나다. 콩은 그 종자부터 기름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까지 인간에게 쓰임새가 많은 매우 소중한 식량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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