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거 <A가 X에게>
“그들은 그 비밀들로부터 당신을 떼어놓기 위해 당신을 그곳에 넣었지요. 그리고 해가 지는 지금, 나는 당신에게 비밀들을 보내요. 그들은 그것을 읽을 수 없고, 당신은 읽을 수 있어요, 그리고 - ” - p.46
“그건 몸이 떠오른다거나 뭔가에 끌려 올라가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그렇죠? 그건 자라는 느낌, 성장의 느낌이죠.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기억되고 망각에서 되살아날 때, 아마 우리가 느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을 가질 거예요.” - p.59
“내 몸은, 이제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고 내 피부에서 끝나지도 않았으며, 침묵 사이를 쭉 뻗어나가 내가 볼 수 있는 모든 것의 저편으로 향했어요.
침묵은, 내 몸처럼, 거리로 채워져 있었고, 당신이 우리가 만들고 있는 원형 궤적을 계산하고 그리는 동안, 그 거리는 친밀하고 가까운 것이 되었어요.” - p.62
“방금 그 배럴 롤은 얼마나 걸렸죠 - 몇 초, 일 분, 한 생애? 나는 모르겠어요.” - p.60
“당신의 편지를 자주 다시 읽어 봐요. 밤에는 안 읽죠. 밤에는 그 편지들을 다시 읽는 게 위험할 수 있거든요. 아침에 커피를 마시고 일하러 가기 전에 그것들을 읽어 봐요. 밖으로 나가 하늘과 지평선을 바라보죠. 가끔은 지붕 위에 올라갈 때도 있어요. 어떤 때는 밖으로 나가 길 건너 쓰러진 나무에 걸터앉기도 하고요, 거긴 개미들이 많아요. 그래요, 아직 많아요. 그렇게 자리를 잡고 얼룩진 봉투에서 당신의 편지를 꺼내 읽는 거죠. 그렇게 읽다 보면, 사이의 날들이 기차의 화물칸이 지나가는 것처럼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지나쳐 가요! 사이의 날들이 무슨 의미냐고요? 이 편지를 읽고 있는 지금과 마지막으로 읽었을 때와의 사이예요. 그리고 당신이 이 편지를 쓴 날과 그들이 당신을 잡아간 날 사이이기도 해요. 또 교도관들 중 누군가가 그걸 부쳤던 날과 내가 지붕 위에 앉아 그걸 읽고 있는 날 사이이고요. 그리고 우리가 모든 것을 기억해야만 하는 오늘과 우리가 모든 것을 가졌기에 잊어버려도 되는 그 날 사이예요. 그날들이 바로, 내 사랑, 사이의 날들이고,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선로는 이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죠.” - p.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