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행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좁은 듯한 시야에 매몰되지 않을까하는 조바심이 생길 때에 전략을 공부했다. 좀 더 큰 관점을 배울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전략의 마지막 챕터에서 알게된 것은 '사람'이라는 유턴표지판이었다.
우리가 유행에 민감한 나라에 살고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특히 표면적으로 보이는 부분에 대한 섬세함은 탁월하다 싶다. 세계적 수준에 오른 한국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문화 예술 작품 측면에서 그 증거들을 조금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간 열심히 쫓아온 덕분일지 모르겠다. 전략으로 치자면 fast follower 전략을 구사해 왔다. 소소하게 first mover가 되고있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반갑기도 하다. 그런데 그래서일까.
우리사회는 어디를 쫓아가는데 익숙한 행태를 보인다. 일의 해결책에는 반드시 '다른 곳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가 포함된다. 많은 분들이 인식하고 공감할 것이다. 필요하다고 보지만 나 역시도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다. 일의 착수에서 분명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늘 거기서 솔루션을 찾으려하는 것은 아쉽다. 잠시 머물러 생각하고 가야할 일인지, 쫓아야 할 일인지 그 판단에는 'initiative'가 필요하다. 점검을 위해서는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다.
- 왜 그것인가?
- 왜 우리에게 그것인가?
- 왜 지금 그것인가?
- 그것 아닌 그것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적인 것이 좀 들어가면 좋겠어요."
"리빙랩으로 넣으시죠."
"애자일이 대세이지 않나요?"
나는 적어도 일을 하면서 만나는 고객의 요구는 '늘 옳다. 그럴 수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상대적으로 내가 전문가로 불릴 수 있는 것은 그 전제에서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알면 그렇게 말하거나 요청하지 않았을 테니까'도 약간 작동한 것이지만, '그들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그들에게 어렵고, 그들에게 좋아보이는 것은 충분히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오만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럼에도 철마다 바뀌는 그 놈의 ' ~ 적인' 것을 요구하는 레파토리는 좀 지겹기도 하다. 말이 나온김에 잠시 유행의 참신한 주인공들을 짚어보고 가자.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디자인 씽킹, 아카데미에서는 스탠포드 D 스쿨에서 다져졌고, 비즈니스에서는 아이디오(IDEO)의 팀 브라운(Tim Brouwn)과 로저 마틴(Roger martin) 등 유명 디자이너들에서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었다. 디자인 씽킹이란 직관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의 균형을 이루는 사고를 통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디자이너를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다양한 분야와 일의 창조적 혁신적 창안을 위해 디자이너처럼 사고하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디자인 씽킹은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과 사용자를 이해하기 위해 사용자-중심 기법을 활용한다. 그래서 디자인 씽킹의 첫 스텝이 디자인 결과를 사용할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empathy)하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사용자의 불편함에 공감하고, 더 좋은 결과를 얻는데로 나아갈 수 있다.
리빙랩(Living Lab)
지금까지 혁신의 주체하면 기업을 떠올렸을 것이다. 근래에는 혁신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체가 사용자 및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서서히 그 범위가 확대되어가고 있는데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그런 흐름이다. 기업 관점인 ‘생산자 혁신 (manufacturer innovation)’의 개념을 대비시켜 보면 또 쉽게 이해된다.
이런 차원에서 발생한 리빙랩은 미국에서 시작하여 유럽에서 활성화 되었는데, '시민이나 사용자의 참여 수단, 공동창조(co-creation), 사용자 혁신,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이 관점들의 공통점을 모아 정리해 보면 리빙랩은 사용자가 참여하여 공동으로 성취하는 혁신 수단, 하나의 생태계이자 네트워크, 환경, 그리고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애자일(Agile) & 어질리티(Agility)
데이비드 알버트(David Alberts)는 조직적 측면에서의 민첩성(agility)을 “주변환경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라 했다. 속도의 빠름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환경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으로서, 의사결정과 행동의 신속성 뿐만 아니라 환경변화를 감지하여 다양하고, 유연하게, 혁신적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알버트는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에 요구되는 행동과 능력과 관련된 agility의 방식 5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작동하기 보다 서로 조합될 때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이라고 한다.
1. 견고성(Robustness)
견고성은 기업이 새롭거나 크게 변경된 업무 또는 사명을 수행하는 데있어 허용되는 수준의 성과 또는
효과를 유지하는 것
2. 유연성(Flexibility)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능력과 그 들 사이에서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는 수용력
3. 복원력(Resilience)
손실, 손상, 불행 또는 환경의 불안정으로 인해 잃어버린 성과 또는 효과를 복구할 수있게 해주는 능력
4. 혁신성 (Innovativenes)
새로운 전술, 무엇인가를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하는 능력
5. 적응성(Adaptation)
업무 프로세스를 변화시키고, 조직을 변화시키는 능력
(출처 : The Agility Imperative: Précis. David S. Alberts, 2010)
하버드의 앤드류맥아피 교수의 Enterprise 2.0 개념(2007)에서부터 체계화 되었다는 Agile & Agility의 핵심은 기존의 프로세스 기반의 업무 흐름에서 조직문화까지 개선하며 꾸준히 체질을 변화해 나가는 것에 있다.
특히 agility가 잘 적용된 예를 찾아볼 수 있는 사례가 애자일선언문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는 적시성있고, 유연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애자일 선언이란 것이 이루어졌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선언문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또 다른 사람의 개발을 도와주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의 더 나은 방법들을 찾아가고 있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는 다음을 가치 있게 여기게 되었다
공정과 도구보다 개인과 상호작용을
포괄적인 문서보다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계약 협상보다 고객과의 협력을
계획을 따르기보다 변화에 대응하기를가치 있게 여긴다.
이 말은, 왼쪽에 있는 것들도 가치가 있지만,
우리는 오른쪽에 있는 것들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http://agilemanifesto.org/
클래식이 클래식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변치않는 좋음(good)이 있기 때문이다. 유행에도 이유가 있다. 유행해서 싫다, 좋다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고,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일과 삶의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이라면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쉽게는 무엇이 다른가를 묻고 싶겠지만, 그에 앞서 '본질이 무엇인가' 묻기를 연습해 보라 추천하고 싶다. 그래야 잘 배울 수 있다.
인지 학습에는 동화와 조절이란 개념이 있다. 동화(assimilation)는 새로운 정보와 경험을 받아들일 때 자신이 가진 기존의 스키마(Shema, 도식, 구조)에 통합하는 인지적 과정이고, 조절(accommodation)은 기존의 도식으로 새로운 사물이나 현상이 이해되지 않을 때 도식을 변경하거나 새롭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인지적 관성은 기존의 스키마에서 약간의 조절로 편의적 학습을 하려들기 쉽다. 이 부분은 나 스스로도 일이 익숙해질수록 경계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룹으로, 대화를 통하여 생각을 나누는 사회적 학습 장면에서는 자신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이 다름에서 오는 신선함과 고민을 통해 더욱 자극을 받게된다. 편의적 학습의 효율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간혹은 폐기학습을 해야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떻게 할까에 대한 단순 접근 말고, 그것이 품고 있는 본질에 대한 접근을 해보자. 그것의 본질이 뭐길래?로 들어가서 한층 깊은 곳에 있는 단순한 메시지를 보자.
저 참신해 보이는 방법들은 결국 변화하는 시대에 잘 적응해 보려고 나온 것들이다. 아주 필요하고 가려웠던 어떤 부분을 탁탁 짚어주고, 긁어주기 하는듯도 하고, 어떤 측면에서 기존에 있던 것들에 화장을 한 듯 보이기도 하다. 핵심을 짚어보자.
디자인 씽킹의 문제 자체의 접근 보다 '사람 중심',
리빙랩의 솔루션 창조 자체 보다 '공동', '사용자 참여',
애자일 & 어질리티의 'people driven'
이제 우리가 알고 있던 것에서 본질을 묻고, 본질에서 얼만큼 비켜나 있는 해석이 있었는지를 점검해 보자. 본질을 볼 수 있을 때, 방법은 조금 명백해지고, 더 쉬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 본질을 살리는 선택과 적용을 연습해 보자.
남서진 CPF(Certified Professional Facilit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