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한 바구니
그런 날이 있다. 침대에서 등을 떼는 게 지구를 드는 것처럼 느껴지는 무거운 날.
침대에서 숏폼을 두 시간 남짓 들여다봤다. 배도 고프지 않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암막커튼을 걷어내니 햇살이 쏟아졌고 갑자기 며칠 전에 지나오다가 본 역 앞의 토마토 바구니가 퐁 하고 떠올랐다.
지하세계를 탈출하자마자 쏟아지는 밝은 에너지. 어쩌면 이 동네에 이사오기로 맘먹게 한 일종의 강한 동기부여를 줬던 과일가게. 가게 앞에 햇살을 받으며 옹기종기 작은 바구니에 사이좋게 모여있던 아기 주먹만 한 토마토들. 그 토마토들을 만나러, 데려오기 위해 외출 채비를 했다.
어쩌다 보니 추억의 토스트가게에 카페를 거쳐 옹기종기 모여있는 행사천막까지 구경하다 보니 한 시간 동안 공복으로 걸었다. 집에 돌아와서 토마토를 씻어서 왕 한입 하고 먹었다. 약간은 푸릇한 낌새가 있는 단단하고 애매한 단맛이 꺼져있던 뇌의 스위치를 딸깍하고 켜줬다.
두 개를 먹어치웠지만 검정 비닐봉지에 와글다글 하게 토마토들이 남아있다. 행복이 저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