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은 거울 앞에서 조용히 립글로스를 꺼냈다.
입술을 꾹 눌렀다.
그게 오늘의 마침표였다.
그 순간,
화장실 문이 덜컥 열렸다.
“서진씨~ 요즘 좀… 피곤해?
안 그랬는데 되게~ 피곤해보인다~?”
서진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괜찮았는데요.
당신이 말 걸기 전까지는.'
입 안으로만 삼켰다.
“아, 요즘 업무가 많아서 그런가봐요.”
서진은 평소보다 밝은 톤으로 대답했다.
‘그런가봐요’는
말을 끝내고 싶을 때 제일 많이 꺼내는 말이다.
과장은 거울 옆에 서서 머리를 넘기며 말했다.
“나도 피곤할 때 립밤 발랐거든~
그게 묘하게… 좀 그런 게 티가 나더라고~
나는 알겠더라~ 그거~”
서진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파우치 속에 립글로스를 넣고, 손을 씻었다.
나는 감정 들키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남의 감정을 돋보기 대고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피곤한 거다.
과장은 여전히 거울을 보고 있었고,
서진은 조용히 문을 열었다.
"저 먼저 갈게요"
스님들에겐 화장실이 해우소라지만,
회사 화장실엔 회의실보다 더 피곤한 인간이 있다.
#회사생활 #화장실의역습 #피곤라이팅 #예민하긴
회사에서 감정은 늘 ‘관리 대상’이다.
립글로스는 그냥 립글로스일 뿐인데,
누군가는 그걸 신호처럼 해석한다.
그럴 땐, 입술보다 마음이 더 건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