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로 이사했다.
출퇴근은 편해졌고,
그 외 모든 건 더 복잡해졌다.
특히,
주차.
주말이었다.
남자친구가 차를 가고 왔다.
“주차 어디 하면 돼?”
“근처에 여러분의 주차장으로 결제해놨어.”
“여러분의 주차장? 거기 믿을 만해?
괜히 이상한 데 걸리면 차 긁혀.”
서진은
어제 퇴근하고 30분 넘게 주차 공간을 찾아 헤맸다.
웹을 서칭하고 밖에 나가서 직접 확인도 해보고 구 시설관리공단에 전화까지 한 후
결제까지 해뒀다.
위치도 정확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웬 애머랄드 빛 의자 하나가 떡하니 놓여 있었다.
등받이에는 '주차금지'라고
휘갈겨 썼지만 묘하게 예의바른 글자.
의도적인 방해물처럼,
주차 공간의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다.
“미리 치워줄까?”
“괜찮아. 내가 할게.”
남자친구는 멀찍이 차를 몰며 말했다.
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도움을 받았다는 기분이 아니라
또 뭔가를 미뤘다는 감각에 가까웠다.
의자는 옆으로 치워졌고
차는 그 자리에 들어갔다.
서진은 주차 앱을 거듭 확인했다.
00시 - 00시, 결제 완료/ 이용중.
밥을 먹으러 걸어가는 길.
남자친구가 말했다.
“근데 그 의자 뭐지?
앞에 호프집 사장님이 둔 걸까?”
“글쎄.
공유 앱에는 빈 자리로 떠 있었는데.”
“요즘 이상한 사람들 많잖아.
서울은 특히 그래.
괜히 치웠다가 칼부림 나면 어쩔 거야~ㅋㅋㅋ”
서진은 웃지 않았다.
그 말이 지나간 뒤,
공기가 조금 식었다.
고기를 굽는 내내 침묵이 흘렀다.
'주차비는 내가 냈고,
의자는 거기 있었고,
차는 무사했다.
나는… 좀 긁혔다.'
#예민하긴 #공유주차 #감정의비대칭 #서울연애
누군가는
자리를 차지하고,
누군가는
그 자리를 비우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게 왜 불편했는지 끝까지 모른다.